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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요즘은 자기 전에 영화 한 편을 보고 잔다. 여행 떠나기 전 한국 사람 만나 한국 영화 파일 주면 좋아라 한다고 해서 당시 받을 수 있는 한국 영화를 30~40편 가지고 왔는데, 한국 사람은 도대체 보이지가 않고 하드 용량만 차지하고 있어서 하나씩 보고 지우고 있다. 화제가 되거나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아니면 잘 안 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한국영화는 거의 보지 않은 것들이다. 선별 없이 다운로드 한 영화들이어서 그저 그런 영화도 많고 형편없는 영화도 많지만 시간 보내기는 좋다. 괴로운 두 시간을 선사하는 영화도 있지만, 유희거리가 없으니 대게는 즐겁게 보는 편이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새로운 감정들이 자극 받지만, 반대로 일상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 만큼 희미해진다. 한때 영화가 인생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어서 영화를 보면 그 수사학과 표현기법, 상징 등을 분석하며 보는 버릇이 있었는데,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는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흐릿해진 감정을 건드려 주는 영화를 더 즐기게 된다. 어제는 ‘우리 집에 왜 왔니'를 봤는데 근 일년 사이에 가장 슬픈 순간이었다. 갖고 싶지만 지금은 갖기 어려운 감정인 사랑을 소재로 한 이유도 있겠지만, 각본도 감독도 모두 여성의 손을 거친 작품이라 그런지 당사자는 못 느끼지만 이렇게 제 삼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에야 여자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과거 이별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근데 꿈 속에서는 강혜정의 모습이 아른거렸으니 나도 내가 뭘 느꼈는지 모르겠다.

어제 만든 노래를 올린다. C 16-1친구들은 지금쯤 월드컵 일정 보면서 껀수 만들려고 한창일 텐데… 노래 가사대로 그럴 때 친구들이 가장 그리워진다. 가끔 친구들과 연락을 하게 되면 팔자 좋다, 부럽다 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이 한 달간은 내가 절대적으로 부러운 시간이 되겠구나.

오늘 5시까지 비자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3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으로도 막기 힘든 폭우여서 월요일에나 가야겠다. 오전에 밥 먹으러 나갔다 오기가 귀찮아 비자 받으러 나가면서 먹으려고 안 먹고 있었더니 배가 무지 고프다. 나가서 Mixed Rice에 반찬 잔뜩 얹어 먹는다. C 16-2돌아오니 캄밍이 와 있다. 오늘 저녁에 고향에 갔다 일요일 밤에나 올 것 같다 한다. 주말에도 집은 우리 차지겠구나. 그나저나 TV가 없어서 내일 한국 그리스 전은 어디서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