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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캄링이 배가 고프다며 밥 먹으러 같이 가자 해서 나갔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신세지는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말 동무뿐이니 겸사겸사 커피나 한 잔 하러 나갔다. 캄링은 직장을 잃은 후로 무척이나 심심한 듯 우리와 노닥거리길 좋아한다. 한국 영화를 보고 있어도 옆에 와서 같이 본다. 통풍과 인도비자, 월드컵까지 겹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캄밍에게선 슬슬 떠났으면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나 효일이나 눈치는 빨라서 그런 캄밍에게 잔뜩 모아놓은 GPS 지도도 주고, MP3도 주면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니 캄링이 우리의 존재를 꺼리지 않는 건 참 다행스런 일이다. 목요일 아르헨티나 경기까지만 보고 가자.

느즈막이 일어나 해리와 함께 Mixed Rice를 먹는다. 많은 반찬의 유혹을 이길 수 없어 하나 둘씩 얹다 보면 가격이 높아진다. 그래서 오늘은 고기반찬 대신 야채 위주로 얹었는데 역시 마찬가지 가격이다. 아무래도 가격을 매기는 기준이 찬의 질이 아니라 접시의 담긴 음식의 양인 것 같다. 항상 밥 좀 더 달라하는데, 기준이 그렇다면 밥을 덜 달라하고 고기 반찬 위주로 담는 게 이익이겠다. C 18-1

배부르게 먹고 돌아와선 빈둥빈둥. 오늘 저녁 경기는 흥미로운 경기가 없다. 오늘은 패스. 내일은 네덜란드의 경기가 있다. 난 네덜란드 팀을 제일 좋아한다. 블로그의 주된 색상이 오렌지 빛인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결과만이 아닌 과정까지 중요시하는 그들의 축구 철학이야말로 진정한 축구이다. 토너먼트 경기에서 성공하기 힘든 축구지만 그들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경기에 임한다. 크루이프에서 과르디올라까지, 한편에선 웽거가 네덜란드의 축구철학의 전통을 잇고 있다. 그들은 진정한 축구를 위해 승리를 포기할 때도 있다. 진정한 축구. 그런 확신이 있다면 결과를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 바르셀로나는 그 축구로 토너먼트 대회에서 승리했다. 결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같은 결과도 그 가치는 다르다. 더 값진 결과를 얻고자 하는 나의 인생철학은 그들의 축구철학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난 이번 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