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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밥을 먹고 와서 정보를 찾는다. 월드컵을 어디서 봐야 잘 봤다고 소문이 날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이곳 교민들도 한데 모여 응원을 할 것 같단 생각에 말레이시아 교민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역시나 큰 식당을 빌려 응원전을 펼친다고 한다. 간식 거리와 음료, 맥주도 무료 제공된다고 하니 금상첨화다. 지역 위치를 찾아보니 친구가 출장 왔을 때 갔던 한국 음식점이 많던 동네다. 친구가 있을 땐 택시를 타고 움직여서 해리에게 물어보니 그 쪽으로 가는 버스는 없을 거라 한다. 쿠알라룸푸르는 도시가 크지 않고 길도 잘 돼 있는데 대중 교통은 부실하다. 중심에서 북서-남동 방향으로만 전철과 버스 노선이 있고 간선 노선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버스로 갈 수 있는데 까지 간 다음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도착하니 빨간 옷을 입은 교민 수백 명이 자리하고 있다. C 17-3우선 음식 라인에 줄을 서 샌드위치, 사떼(말레이시아 꼬치), 피자를 얻어 먹는다. 떡볶이가 내 앞에서 다 떨어져 아쉽다. 난 퉁풍끼가 아직 남아있어 맥주는 마시지 않는다. “대한민국~”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된다. C 17-2동남아 전역에 축구팬이 많으나 월드컵은 국가 대항전이기에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희박한 이곳에서는 그 열기가 없다. 이곳에 오니 이제야 흥이 난다. 그런 와중에 경기 초반에 터지는 선취골. 오호! 이거 일 내겠는데…   

월드컵은 이미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드디어 시민 민주주의로 가는 첫 발을 내 디뎠으니, 타지에서 외치는 교민의 함성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C 17-1음식은 금방 동이나 이걸로 배 채우기 전략은 실패한다. 그 사이 박지성의 두 번째 골. 역시 클래스가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경기는 끝난다. 다시 택시와 버스를 타고 동네로 돌아온다. 구준해져서 근처 식당에 가니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경기가 하고 있다. 두 경기를 보니 16강이 단순한 바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또 한번 일 내보자꾸나. 내일부터 이 식당에 와서 저녁시간을 보내면 되겠다.

주말인데다 기분 좋은 승리를 했으니 서울은 지금쯤 난리가 났겠군. 아~ 그 속에 있고 싶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줄은 잘 모르겠으나,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