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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비행기를 타면서 이륙 전에 자기 시작해서 착륙하기 바로 전까지 잔 건 처음이다. 창 밖도 한 번 내다보지 못한 채 첫 비행이 끝난다. 말레이시아와 방글라데시의 시차는 2시간. 4시간을 걸려왔는데 이곳은 4시다. 또 정신 없이 짐 찾고 짐 싣기. 정말 이게 귀찮아서라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C 1-1미리 연락해 놓은 웜샤워 친구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심카드 파는 곳을 찾을 수 없다. 우선 GPS에 표시해 둔 지역 근처로 이동한다. 방글라데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복잡한 교통, 낡은 건물, 신호 대기 때마다 모여들어 우릴 구경하는 사람들… 인도의 모습과 비슷하다. 어느 대학교 근처에 도착해 그곳 경비에게 전화 한 통화 부탁하고 웜샤워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다카엔 웜샤워 멤버가 두 명 있다. 두 친구 모두 방문에 응해줬는데, 내가 도착할 날짜를 알려주니 처음 연락한 친구인 문시타르가 자기는 출장이 있다며, 다른 웜샤워 친구도 자기 친구라며 그에게 연락을 하라 했고, 다시 그 모함메드에게 연락을 하니 오늘은 집에 없고 내일 온다며 다른 친구인 핫산의 연락처를 알려줬었다. 그래서 우리를 데리러 온 친구는 핫산이 됐다.

핫산을 만나 머물 곳으로 이동하는데 교통체증이 장난 아니다. C 1-4교통체증이라기 보다 교통혼란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왕복 4~6차선 정도되는 도로에 수많은 차와 오토릭샤, 싸이클릭샤가 혼재돼 있는데 차선도 없고 아주 큰 교차로가 아닌 이상 교통신호도 없다. 차선이 따로 없으니 앞에 누가 가로 막으면 옆으로 비집고 나오고, 신호가 없으니 사람들도 아무데서나 막 건넌다. 우리나라 퇴근길 교통 상황에서 멈춰있는 차 없이 비집고 끼어들면서 계속 조금씩이라도 움직이고 있다고 상상하면 조금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가는 중에 펑크가 나서 잠시 멈춰 수리를 하는데 어느새 수십 명이 나를 에워싸고 구경을 한다. 덥고, 힘들고, 귀찮고, 어두운 길에서 사람들까지 그러면 짜증날 법 하지만 인도 여행 경험으로 이들이 이런 식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러려니 한다. C 1-2악의 없는 이들의 습관일 뿐이니까. 좀 적응되면 이런 게 또 재미가 된다. 수리를 완료하고 자전거를 세우자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재미있는 나라다. C 1-3

머물 숙소에 도착한다. 꽤 큰 공간인데 누군가의 집은 아니다. 잠시 후 핫산과 그의 삼촌이 맥주를 사온다.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눠보니 이들은 방글라데시에서 못해도 상위 5%안에 드는 부유층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곳은 그런 친구들이 모여 노는 일종의 별장 같은 곳인 것 같다. 이곳에 기거하며 잡일을 보는 ‘라주'라는 순진하게 생긴 친구가 있는데, 생김새가 달라 물러보니 아리안계가 아닌 방글라데시내 소수민족이라 한다. 친구라고 소개는 하는데 너무 아랫사람 부리듯이 하는 게 좀 불편하다. 하산의 삼촌이 내일 점심같이 하자고 해서 승낙하고 간단한 술자리를 접는다. 핫산은 남아서 좀 더 얘기를 나눈다.

처음 만났을 때 어설픈 한국말을 하면서 한국에 일년 정도 있었다고 해서 난 당연스레 일하러 간 거냐 물었는데, 서너 차례 여행한 걸 합치면 일년 정도 된다고 해 나의 그릇된 편견이 좀 민망했다. 워커힐 호텔에서도 자고, 한국친구도 많다는 걸 보니 부자긴 한가보다. 돈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니 인종차별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난 것 같다. 어쨌든 그 덕에 한국이 제2의 고향이라며 우리에게 보내는 호의가 대단하다. 여기 있는 동안 담배조차도 제공해 줄 테니 돈 쓰지 말라는 말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뭐 얻어먹을 땐 얻어먹어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둔다. 시간이 늦어져 핫산은 집에 가고 라주와 우리만 남는다.

12시 반쯤 정전이 된다. 어두워진 발코니에서 라주와 노닥거린다. 정말 착한 친구인 것 같다. 방글라데시 첫 날부터 좋은 친구를 만나 좋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니 여행이 다시 활기차 지는 것 같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