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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밥을 먹으러 간다. 이제 딱 정해졌다. 야채 커리에 난 하나. 자전거를 타면 두 개를 먹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한 끼를 먹으면 둘이 합쳐 천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C 5-1인도네시아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서도 야채 커리만 주문해도 먹음직스러운 고기 커리가 딸려 나온다. 당연히 서비스는 아니고 손을 대면 값을 지불해야 하는 미끼다. 미네랄 워터도 마찬가지. 우린 그냥 어설픈 정수기 물을 달래서 먹는다. 물 걱정을 좀 했는데 며칠 먹어본 결과 별 탈이 없는 것 보니 그 동안 생긴 내성이 잘 발휘되는 듯 하다.

밥을 먹고 돌아와 핫산과 함께 그의 친구인 샤비르씨네 집에 간다. 인터넷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샤비르씨네 집에서 무선 인터넷이 된다며 같이 가자 했었다. 바로 맞은편 건물이다. 샤비르씨 역시 카우치서핑 멤버라 여행자인 우리를 환영해준다. 전문 사진가라고 한다. C 5-2우리나라에서도 천만 원 가까이 하는 카메라를 갖고 있는 걸 보니 이곳에선 꽤나 유명한 사진간가 보다. 집에 에어컨도 있고 좋다. 근데 잦은 정전으로 에어컨의 시원함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컴퓨터 작업이 많은 이들은 여분의 배터리를 갖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를 놓고 쓰는 사람도 있고, 규격화된 배터리도 있다. 잦은 정전이 만들어 낸 특이한 상품이다. C 5-3C 5-4

샤비르씨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역시 커리에 밥. 큼직한 소고기의 맛이 일품이다. 우리나라 갈비찜과 거의 같은데 양념이 간장이냐 커리냐의 차이다. 숟가락과 포크를 치우고 손으로 밥을 먹어본다. C 5-5 이곳의 방식을 따르는 것도 일종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아직 어색하지만 곧 습관이 될 거다. 손으로 똥을 닦는 건 이미 습관이 됐다. 중국에서부터 화장실엔 휴지가 없었다. 그렇지만 어디나 물은 있다. 물을 이용해 손으로 똥을 닦아버릇하면 휴지를 이용하는 게 오히려 더 찝찝하다. 그래서 휴지가 있어도 마무리는 손으로 한다. 속옷을 자주 갈아입을 수 없는 우리에겐 최상의 뒤처리방법이다.

손으로 밥을 먹으면 강한 커리향이 손에 베지 않을까 싶었는데, 모두가 손으로 먹는 만큼 손 세정제가 발달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커리향이 깨끗이 씻겨나간다. 커리의 노란빛이 손에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배불리 밥을 먹는다. 같은 요리라도 집밥이 맛있는 건 세계 공통인가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라주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내일이 무슬림 관련 휴일이라 하던데, 이곳이 여행 커뮤니티인 만큼 많은 회원들이 휴일을 이용해 치타공(방글라데시 남부)으로 놀러 간다고 한다. 단 핫산은 여행보다 유흥에 관심이 많아서 몸 고된 여행은 안 따라간다.

내일은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을 거라 해서 라면을 사러 나간다. 나간 김에 차 한잔. 땀이 줄줄. 밖에 나갔다 오면 무조건 샤워를 해야 한다. 그나마 새벽엔 정전이 없어 선풍기 바람에 잘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