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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발을 딛는다. 론니 플래닛을 보면 이곳 인도 국경사무소에선 최소 20분 이상이 걸리니 화내지 말고 차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글이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에서 느긋하게 여권검사하고 확인하는 절차에만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 인도에 온 것이다. 7년 전 인도여행 때도 이걸 적응하는데 2주의 시간이 넘게 걸렸었다.

입국 절차가 완료되고 우리의 목적지인 잘빠이구리(Jalpaiguri)를 향해 달린다. 알다시피 엄청난 인구의 나라지만 최고의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를 거쳐오니 오히려 한가한 느낌이다. 목적지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느긋하게 달린다.

첫 휴식 타임. 25루피(약 530원)하는 음료 두 개와 2루피 하는 군것질거리 8개를 먹는다. 방글라데시만큼 사람이 몰려들지 않아 좋다. 기분 좋게 휴식을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100루피를 내니 잔돈은 커녕 20루피를 더 내라 한다. 무슨 소리냐 따졌더니 음료가 하나에 50루피 라고 한다. 분명 옆 가게에서 25루피 하는 걸 의자가 있는 곳으로 와서 먹은 건데 두 배 값이란다. 그렇다. 잠시 인도라는 사실을 잊었었다. 무조건 값을 물은 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는 일. 34루피를 받아내기 위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다행히 근처에 경찰이 있어 자초지정을 말해도 경찰이 적극적이지 않다. 그래 너도 인디안이다. 슬슬 인상을 쓰며 34루피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경찰의 소극적인 동참에 힘입어 10루피를 받는다. 34루피를 내놔. 10분간 실랑이 후에 10루피 추가. 34루피 내놔. 또 10분간 실랑이 후 5루피 추가. 34루피 내놔. 이 놈은 사람들에게 세상에 이렇게 억울한 일이 없다는 듯이 하소연하며 우리 돈을 토해낸다. 난 니들을 알어. 당하고만 있진 않을 테다.

호된 인도 입국 신고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 잘빠이구리에 도착한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미리 연락해둔 카우치서핑 친구인 라자쉬 집에 도착한다. C 1-1라자쉬는 널찍한 방으로 우릴 안내해 준다. C 1-2이렇게 또 쉴 곳을 마련한다.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주며 내일 바로 네팔로 가지 말고 시킴(인도 북동부지역)에 가라고 추천한다. 우린 내일 떠날 생각도 없거니와 시킴은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고지대에 비싼 퍼밋이 필요해서 사양하고 싶은데, 이미 처음부터 내일 떠날 걸로 알고 있어 난감하다. 슬쩍 며칠 더 머물 거라는 운을 띄우지만 우리 속은 모르고 이 동넨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며 무조건 시킴으로 가라 한다. 모든 상황을 대비해 이곳에서 45km 정도 떨어진 실리구리(Siliguri)에도 카우치서핑 연락을 해 놔서 몰래 빠져 나와 그 쪽에 전화를 건다. 내일쯤 실리구리에 도착할 거라고 하자 실리구리 호스트인 아룹 아저씨가 오케이 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려준 저녁을 먹는다. C 1-3C 1-4인도는 술이 금지된 나라가 아니다. 새 나라에 도착했으니 한 잔 해야지. 라자쉬와 함께 식당에 간다.

인도 맥주는 호프향이 원초적인 건 좋은데 전체적인 맛은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변호사인 라자쉬는 인도와 한국을 넘나드는 박학다식함을 선보이며 꽤나 훌륭한 열변을 토해내는데 난 도저히 그의 영어 발음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대부분은 못 알아들었다. 포인트는 서양에 맞서 아시아인들도 힘을 합쳐야 한다. 유럽처럼 아시아도 한 통화를 사용하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한국과 북한이 서로 대치하면서 쓰는 비용을 나라 발전에 쓰면 엄청난 효율이 생길 것이다.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도 지식인 층에서는 다시 예전처럼 한 나라가 되길 원한다. 바보 같은 정부와 미국의 유럽의 정부가 그걸 방해한다. 등등… 대화가 원활했으면 좀 더 즐거운 시간이 됐을 텐데 인도인의 영어발음은 내게 너무 어렵다. 가게 문 닫을 시간이 돼서 집으로 돌아온다.

여유 있게 며칠 있다 가려고 빨래를 담가놨는데 내일 떠나야 해서 빨려고 하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정전만큼이나 단수도 잘 된다. 이빨만 대충 닦고 눕는다. 오랜만에 시원한 맥주를 마셨으니 잠이 잘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