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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주인 아주머니의 아침 먹으라는 성화에 못 이겨 잠에서 깬다. 밥을 먹고 올라오니 옷장의 옷이 다 나와있다. C 4-1어디 앉아 있을 곳이 없다. 신세지는 마당에 불평하긴 좀 그렇지만 내일 떠난다고 했는데 옷장 정리를 꼭 오늘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옷장 정리라는 게 주 단위도 아니고 달 단위로 하는 거 아닌가?  좀 너무 하신다. 옥상에 앉아 시간을 좀 때우다 밖으로 나간다. C 4-3뭐 좀 둘러볼 때가 있나 싶었는데 실리구리는 그냥 혼잡한 도시다. 만두가 보이길래 식당에 들어가 볶음면과 만두를 먹는다. 인도에서는 만두를 ‘모모'라 부르면서 티베트음식으로 분류한다. 오랜만에 먹는 만두가 맛있다. C 4-2별 구경할 게 없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주인 아주머니는 어디 갔다 왔냐며 점심 해 놓고 한참을 기다렸다고 또 잔소리를 하신다. 이 집 며느리는 정말 끝장이겠다. 배가 부른데도 거절할 수가 없어 또 밥을 먹는다. 7년 전 인도 여행 때는 고수 때문에 꽤나 고생을 했었는데 방글라데시도 그렇고 이쪽 지역에서는 고수를 먹지 않나 보다. 워낙 큰 나라고 많은 민족이 사니 음식문화도 다양할 수밖에. 고수 말고 특별히 가리는 거 없는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일 떠나기 위해 빨래를 하는데 화장실 오래 쓴다고 또 잔소리 작렬. 이제는 좀 웃기기까지 하다. 하루 종일 침대에 펼쳐져 있던 옷가지들은 저녁이 돼서야 다시 옷장 속에 들어간다.

메일을 확인하니 하루 만에 카트만두에 있는 카우치서핑 멤버 16명이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70여명에게 메세지를 보냈었다. 대부분이 여행 관련 트랙킹 가이드들이다. 여행자를 만나 좋은 인상을 남기면 인맥이 쌓여 도움이 될 테니 다른 지역보다 회신률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행복한 고민이라기 보다 미안한 고민이 됐다.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을 입장이 아니니 말이다. 어찌됐던 카트만두에선 파키스탄 비자도 받아야 하고, 방글라데시부터 쌓인 영상 편집 작업 때문에 좀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은데, 잘 곳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부디 잔소리꾼 아주머니만 없길 바란다.

내일 점심에 국경이 닫힌다고 하니 일찍 일어나 출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