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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이번 인도 방문은 방글라데시와 네팔이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거쳐간 짧은 여행이었다.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네팔 국경까지가 120km 남짓한 거리임을 감안하면 5일은 오히려 긴 시간이었다. 인도의 독립 기념일이 겹쳐 국경이 닫힌다 하고, 힘들 거라 예상되는 네팔 라이딩을 위해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도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아니었다면 지체 없이 바로 네팔로 넘어갔을 것이다. 인도의 웨스트 벵갈 지역에는 세 명의 카우치서핑 멤버가 있었고, 그 중 두 친구가 우리의 방문을 기꺼이 맞아줬기에 가능했던 5일이었다.

어느덧 우리 여행의 루트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지점과 지점을 잇는 선이 되고 있다. 여행 떠나기 직전에 알게 돼 혹시나 싶어 가입한 커뮤니티가 이렇게 여행의 중요한 수단이자 목적이 될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지금까지 카우치서핑과 웜샤워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런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메일 한 통 보낸 생면부지의 낯선 이방인을 맞이하는 그들의 태도에 항상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지금까지 거쳐온 나라들은 대부분 문단속이 철저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거리낌없이 열쇠를 쥐어주고 오히려 다른 이를 조심하라고 하니, 거의 대부분이 한 번의 만남 그 이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관계치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셈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우리'라는 관계 때문이다. 비록 ‘너'와 ‘나'는 희미할지라도 ‘우리'는 뚜렷하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우리'라는 관계이다. 사람을 뜻하는 ‘人’이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형상이듯이 행복이란 내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르지 않고 전적으로 누구와 하는가에 달려있다. 수년 전 지놈 프로젝트가 완성될 무렵 사람들은 인체의 모든 비밀이 풀릴 것이란 희망을 품었지만 지놈 프로젝트가 알아낸 것이라곤 모든 건 네 개의 구성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따른다는 것 뿐이었다. 역시 관계의 문제였다.

여행 중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형성된 그들과의 유대관계가 결국 여행의 가장 큰 행복임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여행의 행복을 넘어서 삶의 행복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난 언젠가부터 소규모 공동체 같은 작은 사회를 꿈꾸고 있다.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난 소규모 공동체 사회를 추진해 볼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한 동네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제 이미 형성돼 있는 ‘우리'말고도 지금은 모르는 ‘우리'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그를 위해선 ‘우리'가 관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카우치서핑이 ‘여행'이고, 웜샤워가 ‘자전거 여행'이고, 오르빌 공동체가 ‘히피정신'이고, 이카타 마을이 ‘환경'인 것 같은 ‘우리'의 관계를 형성해 줄 그것. 그것이 내가 남은 여행기간 동안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삶의 문제다.

행복을 위한 노력은 언제나 계속되어야 한다. 그 길이 평탄하지 않을지라도…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