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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아줌마가 아침부터 깨운다. 언능 일어나 아침 먹으란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다이닝룸에 가니 토스트가 준비돼 있다. 아룹 아저씨는 이미 출근을 했나 보다. 밥을 먹고 다시 옥탑 방에 올라와 뭉그적거리고 있으니 방 청소해야 한다며 잠시 나가있으란다. 밖에 나가 담배를 산다. 제일 싼 담배는 열 개들이 싱글팩에 20루피(약 500원)이다. 그리고 ‘비리'라는 조그만 잎담배는 열 개 들이가 2루피다. 비리는 맛은 괜찮은데 필터가 없고 독해 연속으로 피기 힘들어 간간히 한 대씩 핀다.

이곳도 벵갈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에서 썼던 말을 유용하게 쓴다. 근데 벵갈어는 숫자가 너무 어렵다. 1~100까지 거의 패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해서 다 외워야 한다. 그래서 1~10까지 외우고 5의 배수만 외웠는데 가끔 다른 가격이 나오면 손짓 발짓 다 동원해야 한다. 발음도 하나고 패턴도 뚜렷한 우리말이 처음엔 간단히 배우기엔 좋다.

돌아와 컴을 열고 인터넷을 한다. 인터넷 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기회가 있을 때 이런 저런 정보나 카우치서핑 연락을 해 둬야 한다. 카트만두 멤버들에게 쫙 메세지를 보낸다. 좀 있으니 아줌마가 와서 점심을 먹으라 한다. 아줌마는 성격이 딱 부러지고 꾸물대는 꼴을 못 봐서 무슨 말이 떨어지면 잽싸게 움직여야 한다. 무슨 사감 선생님 같다. C 3-2좀 느긋하게 있고 싶은데 눈치 보느라 불편해서 작업도 못하겠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할 일이 없어 옥상에 앉아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고, 반대편 건물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C 3-1잠을 많이 못 잤는데 오랜만에 쾌적한 잠자리여서 그런지 졸리지가 않다.

저녁이 돼서 아룹 아저씨가 퇴근을 한다. 이곳 말고 다른 집으로 이동한다 하여 짐도 풀지 않았는데 그 얘긴 쏙 사라졌다. 그냥 여기서 있으라는 얘기 같다. 좀 있으니 볶음면을 갖다 준다. 저녁은 아닌데, 이 집에선 하루 네 끼를 먹는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다.

잘빠이구리에서 만난 라자쉬가 오늘부터 15일까지 국경이 닫힌다고 해서 16일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아룹 아저씨는 14일 오후부터 닫힌다고 한다. 작업도 못하겠고 눈치 보는 것도 불편하니 14일 오전에 떠나야겠다. 아무래도 동년배가 아닌 어른신이니 어느 정도 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시에 저녁을 먹는다. 밥은 정말 잘 챙겨주신다. 염소고기 커리. 모든 식사에 커리가 빠지지 않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내용물만 달랐지 다 커리다. 근데 내용물에 따라 커리맛이 다양하게 변해서 쉽게 물리진 않는다.

내일은 주인 아줌마 눈총 받기가 싫어 밖에 나가야겠다. 좀 덜 더워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