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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우리가 잠을 잔 방은 창이 없어 불을 끄면 완전 암흑이다. 모기나 다른 벌레들도 없었는지 간만에 푹 잘 잤다. 나가보니 아무도 없길래 나가서 밥을 먹고 들어온다. 라자쉬의 아버지가 어디 갔다 왔냐며 모든 게 그대론데 사람만 없어져서 깜짝 놀랐다며 호들갑을 떠신다. 잠시 후 라자쉬가 온다. 변호사라 하더니 그리 바쁘진 않은가 보다. 전화를 하지 왜 밖에서 밥을 먹었냐며 미안해한다. 손님에 대한 대단한 애정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꼭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나누고 우린 다시 실리구리로 향해 달린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두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라 그런지 화물차가 많아 먼지가 심하다. 과적차량 때문에 도로는 엉망진창. C 2-1평지 길인데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한번 쉬고 42km를 달려 실리구리에 도착한다. C 2-2미리 연락해둔 카우치서핑 아룹 아저씨를 만나 그의 집으로 이동한다.

3층 건물 옥상에 있는 방에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잘 나온다. 아룹 아저씨는 우리의 여행에 꽤나 흥미를 보이며 많은 질문을 하신다. 역시 간식거리와 저녁을 대접해주고 자신이 여행한 사진을 보며 수다를 떠시는데 연세 지긋하신 아저씨가 즐거운 추억에 빠져 얘기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이곳 벵갈 지역은 힌디어가 아닌 벵갈어가 주 언어이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에서 발행된 우리가 나온 신문을 보며 하나씩 해석해 준다. 신문에는 잡스러운 인적 사항까지 거론돼 있었는데, 아룹 아저씨는 그게 이곳 문화라 한다. 그 동안 우리가 받았던 수많은 같은 질문들 “어느 나라냐?”, “이름이 뭐냐?”, “결혼 했냐?”, “가족이 어떻게 되냐?” 등은 우리가 “몇 살이냐?”, “밥은 먹었냐?” 라고 자주 묻는 것처럼 이곳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한 호의를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 의사인 아룹아저씨는 이런 저런 의학 상식도 알려주며 오랜만에 만난 말동무가 마냥 즐거운 듯 하다.

이 방은 원래 아저씨 내외분이 묶으시는 방인 것 같은데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다른 곳에 있는 집으로 이동하자 하신다. 또 좋은 분을 만나 흐뭇하다. 15일이 독립기념일이라 며칠간 국경이 닫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핑계로 며칠 좀 쉬다 네팔로 들어가야겠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쾌적한 기온에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C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