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밤새 부슬비가 내려서 텐트 바닥이 다 젖었다. 텐트와 에어매트를 말리는 동안 아침밥을 먹는다. 아직은 고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후덥지근한 날씨에 텐트가 금방 마른다. 출발.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C 8-2햇볕도 없고 그렇게 더운 것 같지 않은데도 땀이 엄청나게 흘러내린다. 너무 숨이 차서 입으로 숨을 쉬니 그만큼 갈증도 심하다.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한 시간을 달린 거리가 고작 8km다. 잠시 쉬려고 멈췄는데 큰 물통을 실은 트럭이 지나간다. 손을 흔들어 차를 세우고 히치하이킹을 부탁한다. 오케이. 차를 타고 달리는 길이 가관이다. 갈지자 수십 개가 연결된 꼬부랑길. 힘든 오르막길을 오를 땐 저 앞 커브길을 보며 ‘저기서 끝날 거야’하는 희망을 품으며 달리곤 하는데 여긴 일체의 희망을 주지 않는다. 정말 무지막지한 길이다. C 8-1한 고개를 넘어 또 같은 길이 나타나 차를 잡을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차가 멈춘다. C 8-3여기까지. 15km 간다고 했는데 7km 밖에 안 왔다. 전체적으로 네팔 사람들은 거리감각이 너무 제 각각이다. 그래도 한 시간은 벌었다.

자전거에 올라 눈 앞에 놓여있는 길을 보며 한숨 한번 쉬고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C 8-4 C 8-5 무지막지한 산길. 고도 1,350m 지점에 다다르니 오르막이 끝이 난다. 근처에 가게가 있어 치아 한 잔하고 내리막을 내려간다. C 8-6줄기차게 이어진 내리막. 페달 한 번 안 밟고 15km 거리를 내려온다. 힘들게 올랐던 고도를 900m나 까먹었다. 내리막 막바지에 공사장이 보이더니 곧 비포장길이 나타난다. C 8-8산 넘어 산이다. 당연히 평지가 아니다. 힘든 길을 만날 때마다 최악이다 최악이다 하는데 여기야 말로 최악 중 최악이다. 라오스를 달리면서 우기에 이곳에 오면 죽음이겠다 싶었는데 여기가 바로 그곳이었다. 질퍽한 땅. 땅에 박힌 자갈들. 기어를 최저단으로 해도 바퀴가 헛도는 경사.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지옥의 길이다.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심하다. 어쩜 이런 길을 만들어 놨을까. 욕할 의욕도 생기지 않는 길을 헉헉거리며 달리고 끌면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이것이 바로 히말라야인 것인가. 주변에 펼쳐진 풍경은 좋다. 가벼운 가방 하나 둘러매고 풀 냄새 강물소리 들으며 천천히 산보하면 정말 좋은 곳이겠지만 자전거위에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오직 나의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차로 8km를 얻어 탔고, 15km 내리막을 달렸음에도 47km 지점에서 오늘의 주행을 마친다. 곧 어두워질 테니 흔치 않은 가게를 발견했을 때 멈춰야 한다. 주인 아줌마께 라면을 끓여 달라한다. 라면이 작아 두 개씩 먹어도 배가 안 찬다. C 8-7근처 공간에 텐트 허락을 받고 잠자릴 편다. 동네 꼬마들이 우르르. 산 동네라 물 펌프도 없다. 어디서 물을 길러오는 듯 한데 씻을 곳을 물어보니 한 아저씨가 따라오란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니 샘물을 받아놓은 듯한 저장고가 있어 몸을 씻지만 다시 올라오는 동안 땀이 또 난다.

내일 역시 오늘 같은 길이 이어질 거다. 네팔은 정말 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