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오늘 파탄 지역을 둘러보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데 내일도 있고 해서 그냥 집에 머문다. C 20-1 집에는 란주의 남자 친구가 와 있다.

남자 친구라기보다 부모끼리 아들, 딸 결혼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란주는 싫다고 했는데 막상 그 친구가 오니 꽤나 상냥해졌다. 부모끼리 알고 지내는 사이였으니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였을 것이다. 그래도 막상 결혼 상대로 바뀌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부모 합의하에 결혼을 한다는 걸 실제로 처음 보니 좀 신기하기도 하다. 인도는 계급제도가 있어서 아직까지 그런 결혼 전통이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그 친구가 온 뒤로는 우리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우린 이제 윗방에 세 사는 사람처럼 밥 먹으러 나갔다 오며 인사하고 위층에서 우리끼리만 지낸다. 셋이 하루 종일 랩탑 하나씩 부여잡고 논다. 새로 고쳐진 우쿨렐레도 튕겨보고, 재상이가 갖고 있는 애뮬게임도 한다.

일주일 뒤면 여행 일주년이다. 이제 년 단위 여행자가 되는 건가. 처음 여행을 떠났을 땐 6개월 여행한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대단해 보였는데 일년이라니… 사실 특별한 감정은 없다. 짧은 여행에서는 하루 하루가 계산되지만 오랜 여행에서는 시간 관념이 무뎌진다. 오늘 역시 그런 시간들 속에 기억되지 않을 하루가 되겠지. 이제 비는 그쳤다. 내일 파탄 구경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