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5. 고비 사막에서의 넷째 날 (10월8일 am6:30 ~ 10월8일 pm10:00)
2009. 11. 4. 15:04 |일어나니 몹시 춥다. 어제 하루 종일 흐리더니 복사열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효일이는 추위에 잘 견디지만 난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몹시 괴롭지만 바람은 덜 불어 다행이다.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어제 문제가 있었던 자전거를 손 본다. 좀 일찍 일어 났지만 결국 비슷한 시간에 출발.
조금 지나자 펑크, 스포크 부러짐, 스포크 부러짐, 펑크가 연이어 일어난다. 이젠 이런 문제는 일상이 되었다.
트럭 한 대가 지나가길래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더니 우리 앞에 멈춘다. 앗싸리! 자전거를 싣고 보조석에 들어가 앉는다. 후덕하게 생긴 아저씨는 우리가 타자마자 39도짜리 보드카 ‘징기스'를 한 잔씩 건넨다. 생각보다 순해 원샷한다. 아저씨는 빵과 햄을 꺼내주고, 꽁치 통조림, 그리고 우리에게 각 각 1000투그릭(몽골의 화폐단위 1원=1.15투그릭 정도)을 준다. 우리도 사진 프린트 하나 해주고 기념품도 하나 준다. 보드카 대 여섯 잔을 거푸 마셨더니 알딸딸하다. 아저씨의 목적지가 가까워 10km 밖에 이동하지 못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저씨는 도로공사에 쓰일 시멘트를 운반하는 운송업자였는데 말을 들어보니 이 길을 잇는 공사는 중국인이 책임자인 듯 싶다. 명박이 아저씨 좁은 땅 파 엎지 말고 이런 공사나 따내지 뭐하나 몰라…
아저씨랑 헤어진 후 햇볕도 따뜻하고 알딸딸해 잠시 드러눕는다. 취기가 좋구나~. 몽골에서 맞을 첫 마을이 얼마 남지 안았지만 길을 잘 못 들어 빙 돌아 드디어 사인샨드에 진입한다. 해질녘이라 텐트 칠 곳을 찾다가 학교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모여 떠들어댄다. 자식들…
늦게까지 집에 갈 생각을 안 하길래 애들도 떨굴 겸 가게로 간다. 가격을 보니 이거 물가가 상당하다. 우리나라보다 조금 싼 정도. 라면은 오히려 비싸다. 아무래도 생필품이나 공산품들의 자체 생산이 적어서 수입해 쓰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우리에겐 곤란한 일이다. 그래도 오늘이 여행 출발 한 달째이고 하니 초코파이와 음료수를 산다. 학교로 돌아와 뒤뜰에 텐트를 치고 밥을 한다. 낮에 트럭 아저씨에게 받은 꽁치 통조림으로 찌개를 만들어 먹는데 이거 내가 했지만 정말 맛있다. 훌륭해!
이렇게 한 달째 날이 지나갔다. 체감으론 반년은 지난 거 같다. 친구들에게는 아직 날 추억할 시간도 아니겠지. 오랜만에 휴가 나온 군바리에게 “너 또 나왔냐.”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대적 시간차 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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