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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몽골에서 처음 타는 기차라 바깥 풍경을 좀 찍으려 했는데 밖은 완전 암흑이다. 기차 안도 서서히 수면 분위기로 변하고 있어 잠을 청한다. 중간역마다 정차하고 사람들이 들락거려서 중간중간 깨지만 꾸역꾸역 잠을 청한다. C 8-1 

울란바토르에 도착. 눈이 내리고 있다. 옷을 껴입고 움츠린 채 나간다. C 8-2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니 손이 시렵다. 한 국가의 수도이지만 우리나라의 중소 도시 정도 되는 것 같다. 도시의 크기도 그리 크지 않다. 인구가 150만명 정도이니 같은 수도라고 서울과 비교할 수는 없다. 몽골어가 러시아 알파벳을 쓰고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전체적으로 영화에서 봤던 러시아 거리의 풍경을 닮았다. 그리고 한국 자동차와 버스, 그리고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국내 작은 상점이나 기업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 만큼 한국 식당도 많다.

아침을 먹으려 하지만 일요일이고 전체적으로 이른 시간에 영업을 안 하는 듯 하다. 한참을 돌아 문을 연 비싼 커피집을 발견. 몸이라도 녹여야겠기에 비싼 커피와 빵을 먹는다. 몽골의 물가는 예상보다 세다. 화폐단위도 우리와 비슷한데 가격도 비슷하다. 서울 외곽 정도의 물가를 보인다. 음… 안 좋은 일.

미리 연락을 해뒀던 Couchsurfing 호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기다린다. 울란바토르에 두 개뿐이라는 극장 중 하나에서 우리에게 잠자리를 제공할 앤드류를 만난다. 그의 아파트로 가니 이미 많은 배낭이 쌓여있다. 앤드류는 Peace Crop.이란 미국의 자원 봉사 단체에 지원해 몽골에 와 있는데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끼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봉사의 의미보다는 임금이 세서 온듯한 느낌이 든다. 모두 미국인들이라 말을 끼어들 수도 없고 끼워주지도 않는다. 중국과 몽골을 거쳐 오면서 영어가 잘 안 통한다고 투덜거렸는데 이건 뭐 한마디도 못하겠으니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탓한 꼴이 됐다. 그래도 여행자들끼리는 서로의 여행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그런 친구들이 아니라 별 관심도 없는 듯 하다. 심심도 하고 불편도 해서 밥을 먹으러 나온다. 많이 보이는 한국식당 중 하나를 골라잡고 먹는다. 맛있다. 다시 집으로 오지만 여전히 할 일은 없다. 짐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노트북을 꺼낼 수도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자 이 집에 묶고 있던 서퍼들이 몰려온다. 폴란드 아줌마, 아저씨가 틀어놓은 다르덴의 ‘차일드'를 다시 한 번 보고 잠자리를 편다. 좁은 거실에 침낭들이 가득 펼쳐진다.

새로운 만남을 기대했는데 잘 어울리지 못해서 재미가 별로 없다. 다른 호스트를 알아봐야겠다. 항상 우리를 반겨달라 하는 것도 욕심이긴 하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