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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아.. 오랜만에 일기 쓴다.

다시 인도에 도착한다. 공항 앞에는 택시들이 먹이 감을 노리고 있다. 난 우선 버스 터미널로 가서 짐을 맡겨둔 Mangaon에 가야 한다. 버스 터미널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마지막 공항 들어오기 전에 내렸던 정류장을 GPS에 체크해 놨었다. 10km 정도 떨어진 지점인데 걸어갈 수는 없다. 자전거가 없어 불편한 점이다. 택시 기사들에게 넌즈시 물어보니 ‘망가온’이란 곳을 잘 모른다. 걔 중에 한 놈이 오늘은 ‘홀리’라 버스 안 간다고 택시 타고 가라면서 2,500루피(약 62,500원)을 부른다. 또 이런다. 공항에 모여있는 기사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다. 우선 공항을 벗어나기로 하고 걸어 나온다.

햇볕이 뜨겁다. 한국에서 찾아본 이곳에 날씨는 37도였다. 한국 날씨 좋아지고 이곳 날씨 나빠지기 시작하는 타이밍이다. 여행 시작부터 안 좋은 날씨만 찾아 다니고 있다. 땀 삐질 흘리며 공항을 벗어나니 오토릭샤들이 보인다. 한 대를 잡고 버스 터미널로 간다.C 1-1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이 ‘홀리’ 축제일께 뭐람. ‘홀리’는 인도의 3대 축제 중 하나로 싸구려 염료를 뿌리는 날이다. C 1-2여기저기 염료 쳐 바른 놈들이 돌아다닌다. 오래 전에 아그라에서 맞았던 홀리는 정말 인정사정 없었는데 이곳은 노는 애들만 노는 것 같다. C 1-3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과연 오늘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고 기차 타고 가란다. 마침 근처에 기차역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망가온으로 바로 가는 기차는 있지 않고 여기서 기차를 타고 Dadar 라는 큰 역에 가서 타란다. 철도 하나는 정말 잘 나 있어서 어디든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이런 기차는 전철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오래돼서 지저분하고 안전에 관심이 없는지 문도 그냥 열어놓고 다닌다. 문에 서서 바람을 쐰다.C 1-4C 1-5

‘다다르’역에 도착해서 망가온 행 티켓을 끊는다. 이 노선은 주요 노선이 아니라 ‘Chair Car’칸뿐이다. 여행자들은 보통 Second Sleeper 칸을 탄다. 도시간의 이동이 길어서 잘 수 있게 길게 된 좌석이 있는 칸이다. ‘Chair Car’ 칸은 흔히 말하는 3등칸이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중에 사람들이 위험하게 기차로 달려든다. 나올 사람은 나오던지 말던지 밀치고 들어간다. 좌석번호가 없어서 먼저 앉는 놈이 임잔데, 사람들 다 내리고 타도 되겠다 싶어 좀 늦게 들어가니 뛰어들어간 놈들이 세자리, 여섯 자리를 차지하고 자리 있다며 저리 가라 한다. C 1-6어이없지만 이렇게 찜하고 동행을 앉히는 게 이곳의 룰인듯 해서 승질도 못 부리고 문 옆에 쭈그리고 앉는다. 예전에 삼등칸을 타 봤다던 친구가 복도며 화장실이며 사람들이 꽉 차 있어 끔찍했다고 했는데, 노선마다 다른지 그 정도는 아니다. 문가에 자리를 잡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한차례 자리잡기 전쟁이 끝나고 앉아있는데 도대체 떠날 생각을 안 한다. 한 시간이 넘게 있다 출발하고는 중간 중간 정차 시간도 무지하게 길다. 160km를 28루피(약 700원)밖에 안 해서 땡잡았다 싶었는데 무려 7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C 1-7

오늘 탄 두 기차 모두 표 검사 시스템이 없다. 가만히 보면 열차의 스피드가 좀 줄었을 때 뛰어 올라와 타고 같은 방식으로 목적지에서 내리는 애들이 많다. 3등칸만 있는 기차라서 빈민들의 불법승차를 어느 정도 용인해 주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7시간 동안 쭈그려 앉아 있는 건 너무 힘들다. 짐 때문에 화장실 가기도, 정차할 때 뭐 사먹기도 힘들었다.

날은 벌써 저물었다. 친구 동생을 만난다. 맡겨두었던 짐을 펼쳐놓는다. C 1-8깝깝하다.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버릴 수 있는 건 모조리 버린다. 그 동안의 여행 중 한 달에 한 번 사용할까 말까 싶은 건 다 버린다. 있으면 좋지만… 싶은 것들도 다 버린다. 짐을 최소화 해야 한다. 버너, 코펠도 버리고, 여유분이 잔뜩 있는 비누, 치약도 하나씩만 남겨놓고 버린다. 구급약도 당장 응급처치만 가능하게 남겨두고 버린다. 튜브, 타이어도 많다. 체인도 두 개다. 내일 새 걸로 갈아버리고 남은 것만 챙겨가야겠다. 정말 과감하게 버린다. 그렇게 정리를 하니 둘이 다닐 때 혼자 진 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자전거를 보니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았다. 내일 마무리를 하고 모레 뿌네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