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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일교차가 어찌나 큰지 밤새 추위와 싸우고, 모기와 싸우느라 한숨도 제대로 못 잔 것 같다. 계속 뒤척이다 그제서야 잠이 들려고 하자 아저씨가 깨운다. 시골 사람들의 아침 사랑이란… 아침부터 옹색한 음식이 먹기 싫어 차 한 잔 먹고 나온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C 3-1너무 힘들고 물도 부족하다. 가게가 나오지 않는다. 오랜만에 산길, 물이 없다는 불안함, 부족한 수면, 거기에 배도 고파 완전 기진맥진이다. 한 고개 간신히 넘고 쉬고를 반복한다. 예전엔 어떤 오르막이 나와도 한 시간은 무조건 채웠는데, 10분, 20분마다 쉬게 된다. C 3-2그 사이에 물이 떨어져 절망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차를 잡아 세워 물을 얻는다. 600ml짜리 물통은 가방 옆에, 그리고 1.5L 짜리 케이지 두 개를 달고 다니는데 여기서 파는 물은 1L 짜리라 케이지에 견착되지 않아 여러 물통을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다.

물 동냥을 하며 첫 식당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5시간 동안 산 길을 달렸으니 배가 고플 때로 고프다. 우선 물 반 통을 원샷하고 감자가 들어간 튀김을 주문한다. 그것뿐이 안 판다. C 3-3배는 고픈데 많이 못 먹겠다. 잠깐 쉬는데 잠이 쏟아진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출발. 여전히 가다 쉬다 하며 오르막을 오른다. 죽을 맛이다.

또 한 번 물이 떨어져 걱정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불러 세운다. 물을 얻어먹는 사이 이것 저것 묻는다. 아예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시작한다. 기자라고 한다. 반복했던 여행 얘기를 해준다. 이 친구는 집에 가다 한 건 잡은 셈이다. 뿌네에 도착하면 꼭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낸다. 이런저런 말은 많았는데, 입술에 큰 상처가 있어 그렇잖아도 알아듣기 힘든 인도 영어가 더 못 알아 듣겠어서 제대로 된 대화는 못했다. C 3-4

5km쯤 달리니 두 번째 식당이 나타난다. 좀 비싸 보이는 식당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도로엔 상점이 너무 없다. 연신 물만 벌컥벌컥 마셨더니 오바이트가 쏠려 음료 좀 먹으려고 메뉴를 본다. 쥬스를 먹고 싶은데 식당에서 파는 쥬스는 일반 과일맛 음료를 준다. 근데 여기는 Juice(Real)이라고 써 있길래 옳거니 하고 주문을 했더니 뭐 이런 뭣 같은 경우가 다 있나…C 3-5

대충 밥을 먹고 잠시 졸다가 다시 출발한다. 전에는 9시나 10시에 일어나 느릿느릿 짐 챙기고 밥 먹고 시작했어서 오늘 하루는 무지하게 길다. 해가 질 때가 되니 이제야 한 시간을 채우며 달릴 수 있겠다. 주요 도로가 아닌 만큼 식당도 별로 없고, 식당이 있어도 화물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니 화물 운전사가 샤워할 수 있게 담아 논 저수고도 없다. 오늘은 정말 씻고 싶은데 텐트 칠 식당을 찾는 게 우선이다. 날이 거의 다 어두워져서야 공터가 있는 가게를 발견한다. 웬일로 오믈렛을 파는 식당이다. 밥을 먹고 텐트를 친다. 테이블에 앉아 일기를 쓰다가 눈을 돌려 내일 달려야 할 길을 바라보니 어둠 속에서 계속 위로 향하고 있는 헤드라이트만 보일 뿐이다. 아.. 짜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