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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 기차역으로 간다. 아침부터 사람이 많다. C 5-1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어제 3일 뒤 표가 있을 거라는 아저씨는 없고 새로운 아줌마가 이틀 뒤엔 표가 없다고 한다. 그새 매진인가? 굉장히 긴 노선이라 전체 구간이 비어있는 표를 짧은 시간에 구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었다. 제일 빠른 표는 29일. 근데 그게 좌석표다. 누울 자리가 없다는 뜻. 40시간 넘게 2박 3일을 타야 하는 기차다. 근데 일반 좌석이라니, 아니 일반 좌석도 아닌 비 인체공학적 직각 좌석이다. 인도는 날 쉽게 놔줄 생각이 없나 보다. 어쨌든 그 티켓을 예약한다.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이틀이면 호텔에서 그냥 머물 생각이었는데 5일을 더 자야 하니 그건 좀 부담스럽다. C 5-2잠깐이라 심카드 안 사려고 했는데, 새로 심카드를 사고 어제 갔다 돌아온 웜샤워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반가워하며 오란다. 잘 됐다. 짐을 싸고 그 친구 집으로 이동한다.

6시 반에 일이 끝난다고 했는데, 난 1시에 도착한다. 경비원 아저씨와 또 한 친구와 셋이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낸다. 한 친구는 요리사다. 델리에서 머물렀던 키산 아저씨 집에도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 아줌마가 있었는데 이 친군 요리만 하나보다. 빈부차가 심하고 노임이 저렴하니 이렇게 일 봐주는 사람들 집에 두는 경우가 많나 보다. 이 친군 자긴 요리 잘 하는데 한 달에 10,000루피(약 250,000원)밖에 안 준다며 투덜거린다. C 5-3한참을 그러다가 다시 올라간다.

경비 아저씨는 영어를 전혀 못해 다시 정적이 된다. 너무 심심해 자전거를 좀 손본다. 다시 정적. 경비 아저씨는 거의 움직임 없이 의자에 앉아 앞만 주시하고 있다가 차가 오면 문 열어주고 다시 앉기만 할 뿐이다. 하루 종일 그러고 있다. 어제도 그 자세 그대로였다. 저걸 편한 직업이라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C 5-4

시간이 되자 웜샤워 친구가 온다. 이름은 수자이. 순진한 인상이다. 반갑게 맞아주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부모님이 계신다. 아무래도 어르신이 있으면 조심스러워 좀 불편하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주고 수자이도 뭔가 대화를 하려 하는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물으니 지금 인도와 호주의 크리켓 경기가 있단다. 크리켓 월드컵 8강전이다. 인도에서 크리켓 월드컵은 우리나라에서 축구 월드컵과 다르지 않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호주의 공격은 시작도 안 했다. 많은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이건 룰도 모르니 열라 지루하다.

둘이 다닐 땐 한 사람이 대면하고 한 사람은 할 일하면 됐는데 뭔가 계속 교류하고 있단 느낌을 줘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어르신이 있어서 아무 때나 카메라, 캠코더 들이 대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불평할 일은 아니지만…

안락한 곳에 왔으니 그걸로도 어디냐. C 5-5그나저나 이제 5일 동안 뭘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