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다 정리하지 못해 늘어져 있는 짐을 보니 심란하다. 우선 심카드를 사려고 나가서 알아보니 거주지 등록증 같은 걸 요구한다. 다른 곳에서는 여권 복사본하고 사진만 주면 해 줬는데, 이것도 주마다 다른가 보다. 길거리에서 파는 양파튀김으로 요기를 하고 자전거를 손 본다. C 2-1

새로 받은 뒷 짐받이도 갈고, 체인도, 그립도 새로 부착한다. 어디로 갔는데 레더맨이 보이질 않아 새로 펜치를 샀는데 무지 커서 무겁다. 작은 건 없단다. 레더맨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었는데… 도시가면 하나 새로 사야 하나 싶다. 비싼 건데… 효일이가 쓰던 자전거와 필요 없는 물건을 숙소 지키는 놈에게 주니 입이 벌어지고, 옆에 붙어 작업을 도와준다. 자전거를 손보고 짐을 마저 싸고 출발 준비를 한다. 뒷짐 높이가 한층 높아졌다. C 2-2

4시. 출발하기 좀 애매한 시간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냥 출발한다. 이곳에서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뿌네로 갈 예정이다. 뿌네에서 파키스탄 국경 근처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 뿌네까지의 거리는 100km 밖에 안되지만 고도가 1,500m다. 지금 이곳은 거의 제로다. 이틀 생각했는데 오늘은 두 타임 정도 밖에 못 달리니 3일째 도착할 듯 하다. 시작부터 힘든 길이 예상된다. 4개월 동안 완전히 늘어져 있어서 다시 이 생활에 적응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부담 없이 천천히 달린다. 둘이 다닐 때는 왠지 모를 승부욕 비슷한 게 없어지질 않아서 가능한 만큼 속도를 내게 된다. 컨디션이 나쁠 때는 앞 사람 따라 가려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좀 더 달려 더 쉬려고… 의지가 누군가에 영향을 받으면 힘들기 마련이다. 혼자 달리니 그런 게 전혀 없어 좋은데 오르막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힘들뿐이다.

아직 햇볕이 굉장히 강한 정도는 아니지만 덥긴 더워서 물이 많이 먹힌다. 이쪽 길이 주요 도로가 아니라 주변에 뭐가 없다. C 2-3두 타임을 달리고 해질 무렵이 되자 엄청나게 배가 고파진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양파 튀김만 좀 먹었을 뿐이다. 오랜만에 조그만 식당이 나타난다. C 2-4여기서 밥을 먹으면 어두워져서 오늘 주행은 끝인데 씻을 데도 없고, 음료도 안 판다. 얼마나 더 가야 괜찮은 식당이 있을지 몰라서 고민하다 너무 배가 고파 그냥 멈춘다.

짜빠띠와 커리만 판다. 그래도 배가 고파 맛있게 먹는다. C 2-5배가 부르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어깨죽지가 제일 아프고 온몸에 힘이 없다. 샤워하고 푹신한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일 아침 어떤 컨디션으로 눈을 뜨게 될지… 배가 부르니 옆 사람 밥 먹는 게 역겹다. 얼마나 저걸 먹어야 하나… 짜증내고 있는 사이에도 모기의 공격은 끊이지 않는다.

근처 보이는 곳에 텐트를 치고 자려 했는데 아저씨가 계속 가게서 자라며 비치배드 같은 걸 펴준다. 텐트 치기도 귀찮고 샤워도 할 수 없어서 그냥 눕는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