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섭이가 와서 우리를 깨운다. 동영상 업로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완료가 된다. 우리를 기다리던 진섭이와 그의 동생과 함께 시장을 들른다. 게르에 가서 식사를 하기 위해 말고기를 한다. 말고기가 맛있다고 하던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울란바토르에 도착했을 때 잠깐 눈이 왔었는데 오늘은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10월 중순부터 이런 눈 밭을 보게 될 줄이야. 게르 근방은 흰 눈이 온 천지에 가득이다. 멋진 풍경이다. 난로 위에 솥을 얹고 말고기를 넣고 삶는다. 사인샨드에서 양고기를 대접 받았을 때도 그렇게 삶아서 뜯어 먹는 요리였는데 확실히 우리나라가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해 먹는 것 같다. 그렇게 말고기와 감자, 당근 비슷한 맛을 내는 야채를 한참 삶은 후 고기를 건져낸다. 저번에도 그랬는데 손님에게 먼저 국물을 건낸다. 국물의 맛은 의외로 삼계탕 국물과 비슷한 맛이 난다. 밥 한 공기 말아 먹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나머지 국물은 다 버린다. 저번에도 그랬다. 국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싶다. 우린 밥에 무언가를 보태야하는 식사법이라 국물도 밥과 함게 먹지만 여기선 고기 자체만 듣기 때문에 국물은 필요 없는 듯 하다. 삶은 말고기의 맛은 그냥 삶은 보쌈 수육 같다. 근데 좀 질기다. 소금을 넣고 끓였기 때문에 간이 베긴 했지만 새우젓과 보쌈김치 그리고 쌈이 있었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그렇게 배가 차니 졸음이 몰려온다. 어제 늦게까지 컴퓨터를 만지느라 잠을 잘 못 잤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옆에선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트럼프 카든데 몽골에서만의 새로운 게임이었다. 간단한 게임이어서 룰을 파악하고 같이 논다. 우리랑 같이 살게 될 삼촌의 소일거리를 우리가 배우니 좋아하신다. 종종 같이 놀아드려야겠다. 밖을 보니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다. 깨끗한 눈이라 눈으로 손과 발을 씻는다. 아~ 추워.
다시 저녁시간 진섭이가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야채와 고기 밀가루 반죽으로 짧게 잘라 만든 면으로 볶는 것도 아니고 삶는 것도 아닌 설명하기 애매한 방식의 ‘보츠와'라고 하는 요리다. 어쨌든 먹을 만한 음식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제일 염려스러웠던 것이 샤워를 하지 못하는 것과 음식이었는데, 샤워는 이제 일주일을 못해도 상관없는 상태고, 음식은 단 한번도 먹기 힘든 적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음식이 모자라서 아쉬웠다. 힘든 여행길에 음식이 속을 썩이면 골치 아픈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인근에 있는 두 나라뿐이지만… 저녁을 먹고 다시 카드판이 펼쳐진다.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린 끼지 못하고 구경만 한다.
우리가 운이 좋은지 모레는 진섭이의 생일이라 이곳에서 조촐한 파티를 한다고 한다. 이미 염소 한 마리가 대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경험이 계속 펼쳐진다. 언제까지 이런 행운이 함께 할지 모르겠지만 걱정거리는 그때 가서 걱정하면 된다.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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