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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반찬을 만든다. 매 끼니마다 반찬 만들기가 귀찮아 고기와 감자를 듬뿍 썰어 장조림을 만든다. 간장 비슷한 소스가 있어서 그걸로 베이스 삼았는데 얼추 비슷한 맛이 나긴 한다. 그 정도로도 맛있는 식사가 가능하다. 기본으로 김치가 있으니 더욱 훌륭한 식단이 만들어 진다. 가끔씩이지만 집에서 혼자서 꼼지락 거리며 밥을 만들어 먹었던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C 13-1배부르게 밥을 먹으니 할 일도 없고 해서 낮잠 한 숨 자고 일어난다. 그 동안 만나서 메일주소를 주고 받았던 친구들에게 보낼 글을 쓴다. 사전 꺼내놓고 영작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인터넷 하는 게 다 돈이니 미리미리 써놓으면 좋다. 이렇게 주고 받는 메일이 또 다른 인연을 만들게 되리라 믿는다.

우리가 영어로 무언가를 하는 걸 본 진섭이 동생이 우리에게 몽골어를 하나 둘 가르쳐 준다. 몽골어에는 우리말에 없는 발음이 많아 대 여섯 번은 듣고 교정 받아야 그 나마 알아들을 만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아마도 냉전시대 사회주의를 택했던 영양인 듯 한데 자신의 문자를 버리고 러시아 알파벳을 사용하는 몽골인의 지식층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구사한다. 오히려 자신들의 옛글자를 모른다. 나로서는 안타깝게 생각됐지만 표현할 순 없었다. 소수지만 내가 만난 몽골인들은 러시아를 단순한 우방국 이상으로, 어려울 때 자신의 나라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옛 몽골 문자를 가르친다고 하니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큰 나라에 소수의 인구가 그것도 뿔뿔이 흩어져 사는데 그런 문화적 정체성마저 잃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될까 염려된다. 몽골인이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지만 징기스칸이 몽골의 시작이 된 이유도 흩어져 사는 민족에게 하나의 정체성을 심어줬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저녁도 보츠와를 먹는다. C 13-2거의 매일 저녁을 이걸로 해결하는 듯하다. 보츠와를 먹고 있으니 주위가 깜깜해진다. 아직은 전기가 없어 자동차 배터리와 연결해 불을 켰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없다. 그래서 초를 밝힌다. 분위기가 좋아 맥주가 한잔하고 싶어 1km 떨어진 가게에 가서 맥주를 사온다.  C 13-3어제 눈이 잔뜩 오더니 오늘은 꽤 쌀쌀해 졌다. 좀 더 일찍 이곳에 오지 못한 게 좀 아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