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계 미국애인 우스만이 깨운다. 중국애인 사무엘과 함께 맞은편 설산에 트레킹 가기로 했었다. 이른 시간이라 음식이 안 돼 계란 후라이와 짜이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다.
맞은 편 산으로 가려면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가야 한다. 빨리 내려가기 위해 지그재그로 돌아가지 않고 험한 길로 바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스케일이 너무 커서 눈 앞에 있어 가까워 보이는 것도 굉장히 멀리 있다. 한참을 내려가 강을 건너 맞은 편으로 넘어가려 하는데 강이 다른 두 지류로 뻗어있고, 두 다리를 건너야 하게 돼 있다. 왔던 길을 한참 돌고 나서야 첫 번째 다리를 건넌다. 길을 아는 것처럼 이끌던 우스만을 따라 정처 없이 걷고 있는데 먼지 나는 황무지 길만 나오는 게 아무래도 다른 길인 것 같다. 이름 모를 시골 동네를 지나간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따른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가지 말고 앞에 보이는 또 다른 설산을 향해 가기로 하고 계속 앞으로 걷는다. 말이 앞에 보이는 산이지 가도가도 가까워짐을 느낄 수가 없다. 모두들 지쳐 그냥 됐다 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포기가 참 빠르다. 지나쳤던 가까운 동네에 가서 지프차를 한 대 잡고 돌아온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많이 걸었다. 저녁식사 때마다 여행자들이 모여 노닥거리며 밤을 보냈는데 오늘은 밥만 먹고 방으로 들어온다. 피곤하다. 역시 난 트레킹 체질이 아니다. 그래도 두 친구와 이런 저런 농담 따먹기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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