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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게르에서의 삶은 단조롭다. 정확히 말하면 도심과 떨어진 시골에서의 삶이 단조로운 것일 게다. 전기까지 들어오질 않으니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매일 같이 인터넷과 TV라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가 이곳에서 며칠 지내다 보니 자전거 여행에 정신이 뺏겨 잊었던 습관들이 살아나려 하고 있다. 항상 챙겨봤던 챔피언스리그의 경기, 포스트 시즌이 진행중인 야구의 경기결과들이 궁금하고, 지금 세상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진다. 몸은 쉽게 환경에 적응하지만 정신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미 너무 많은 편리함과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는 하나 그것 역시 내가 선택한 일이므로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것을 탐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게 좋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자칫 힘들어질 수 있는 여행의 좋은 덕목이다.

이곳 게르에서는 우리만 기거하는 것이 아니라 진섭이의 삼촌과 동생 그리고 바로 옆 게르에는 집을 짓는 일꾼들이 살고 있고, 수도 시설이나 조리 기구 등이 없어 그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는 것일 테지만 몽골인들은 우리보다 소유의 개념이 좀 더 유연한 것 같다. 한껏 사온 우리의 식료품의 많은 부분은 이미 공동의 식료품이 됐다. 그것을 가지고 자신들 것과 합쳐 밥을 해주니 우리에게는 편한 일이다. 그리고 한 번 허락한 물건은 그 이후로 계속 허락한 물건이 된다. 특히 차 같은 경우엔 너나 할 것 없이 아무나 운전을 하니 마누라와 차는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는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C 16-1

또 생각과 달랐던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쌍커풀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외꺼풀은 북방계이고 쌍꺼풀은 남방계라 말하곤 해서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외꺼풀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그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빈부에 다라 격차가 있는 듯 하다. 내가 경험한 사람들이 적어 표본 격차가 크겠지만 그 안에서 보기에는 부가 클수록 쌍꺼풀이 많고, 외꺼풀은 대부분 노동자이거나 시골 사람들이다. 오래 전 인도 여행을 할 때도 느꼈는데 여러 인종이 사는 나라들은 인종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나뉜다. 아마 계급시대 당시의 부가 계속 이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몽골 또한 제국을 건설할 당시 참전한 군인들 중 상위 계급의 군인들은 서쪽 원정에서 생인 혼혈들은 데리고 들어왔을 테니 그때 쌍커풀을 달고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요정도로 엉터리 인류학 보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