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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아침부터 처음 보는 사람이 뭔가 분주히 움직이더니 게르에 불이 밝혀진다. 전기가 들어와서 갑자기 마음이 심란해진다. C 18-1

사연은 이렇다.

처음에 게르에 왔을 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를 몰래 뽑아 쓰다 걸려서 끊어졌다고 해서 얼마나 하나 물었더니 한 달에 2~3만 투그릭 정도 된다고 했다. 우리도 꽤 지낼 테고 게르도 공짜로 들어왔고 해서 우리가 전기세를 낼 테니 전기를 놔달라고 했었다. 노트북도 쓰고 이런 저런 전자제품을 충전하려면 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좋겠다 싶었드랬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는데 소식이 없어 전기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번 물어봤더니 10만투그릭 정도가 들것 같다고 해서 그럼 힘들겠다고 했는데 오늘 전기가 들어온 것이다.

이거 큰일 났다 싶어 저녁에 들른다는 진섭이와의 협상을 대비해 이런 저런 궁리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물가도 비싸고, 날씨가 추워져서 10월 안에 떠날 생각을 하던 차였다.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줘서 돈 문제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꽤나 큰 돈이라 얘기를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저녁에 도착한 진섭이는 우리의 심란함은 전혀 모른 체 밝혀진 전구를 보며 방긋이 우리를 바라본다. 전기 기술자에게 뒷돈을 줘서 10만투그릭으로 내년 여름까지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생과 우리가 반반 내면 될 것 같다고 한다. 진섭이는 우리가 꽤 오래 있을 걸로 생각하고 있다. 조금은 다행이지만 5만투그릭도 적은 돈이 아니라 우선 말할 타이밍을 잡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던 중 조심스레 우리의 의견을 말한다. 몽골 사람들의 돈과 분배의 개념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자칫 서먹해 질까 염려스러웠지만 진섭이 또한 한국의 개념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빙빙 돌리지 않고 말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니 진섭이에게 두 가지 표정이 나타난다. ‘이거 동생과의 돈 문제라..’, ‘아 그럼 어쩔 수 없죠…’

진섭이는 우리나라에서 그렇듯 상대방에게 누가 되지 않는 후자 쪽을 선택해 말한다. “여기 있는 동안은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지내요.”

우선 하루 종일 걱정했던 문제가 해결돼 마음은 놓인다. 어디 가나 돈 문제는 힘들고 어렵다. 아~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 세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