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9. 빠름의 미학 (10월22일 am10:00 ~ 10월22일 pm10:00)
2009. 11. 4. 15:36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10km정도 떨어진 인터넷 카페를 향해 달린다. 다행히 날씨도 맑고 바람도 세지 않아서 자전거 타기가 즐겁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길이 너무 좋지 않아서 너무 흔들리다 보니 머리가 다 아프다. 이곳의 땅은 비포장도 그냥 흙 길이 아니라 두 주먹만한 돌이 사방에 박혀있어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다. 포장도로 역시 울퉁불퉁하긴 마찬가지.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려 제일 가까운 인터넷 카페에 도착. 이런 문이 잠겨있다. 하는 수 없이 좀 더 시내로… 두번째 인터넷 카페도 잠겨있다. 세번째은 장사를 안 한다. 결국 울란바토르까지 들어와서야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예상은 했지만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접속 속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다 보니 이런 것도 짜증거리다. 30분이면 끝낼 일을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어느 정도 해낸다. 다시 돌아가는 길.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게르에 도착하니 이미 깜깜한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집이었으면 30분이면 될 일을 왕복 4시간에 인터넷 2시간이 걸려 끝냈다. 해가 짧은 이곳 겨울에 보낸 6시간은 하루의 활동시간과 다름없다.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경향이 잦아지고 있지만 느림도 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느림은 그냥 느려터진 것일 뿐이다. 지금 이곳엔 빠름의 미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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