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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무려 7시 반에 부담 없이 눈이 떠졌다. 약속이란 무섭구나. 자전거에 오른다. 이게 얼마만이냐. 3주도 넘은 것 같다. 통증이 한창때라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통풍은 발가락 관절의 문제이기 때문에 발바닥으로 페달을 밟으면 그리 아프지 않다.

플랜 사무실에 도착한다. 간단히 빵과 밀크티로 요기를 하고 직원들 소개를 받는다. 이렇게 한꺼번에 소개를 받으면 이름도 생각나지 않고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른다. 아침 회의 시간에 모여 돌아가며 다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역시 정신이 없다. 파키스탄 사람들의 영어는 인도 사람들의 영어보다도 알아듣기 힘들다. 내게 너무 관심이 집중돼 있어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각자 소개를 마치고 나와 상관없이 일상적인 회의를 나눈다. 혼자 뻘쭘해 하고 있다가 뒤로 빠져 촬영을 좀 한다. C 33-1혼자이다 보니 촬영할 타이밍 잡기가 힘들다.

회의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사업지역으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플랜에선 한 마을을 선정해 전체 사업을 구상하는 식이던데 이슬라마바드 사업지역은 한 동네에 개별 가구를 선정해 지원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도시 인근이다 보니 번화가 뒤편 골목 골목 돌아다니며 방문을 한다. 골목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C 33-6C 33-2C 33-3C 33-5골목에 있는 집을 야학당처럼 꾸며 놓은 곳도 있고, 어린이 집처럼 꾸며 놓은 곳도 있다. 잠시 후 아이들이 몰려와 작은 놀이수업이 진행된다. C 33-9전문 선생님이 아니라 플랜 직원 분이 직접 하는 진행이 뭐가 좀 엉성하다. C 33-10아마도 나의 방문에 일부러 마련한 자리인 듯 하다. 좀 지루해서 잠시 존다.

다음은 후원아동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한다. 직접 후원을 받고 있는 아이라서 그런지 내게도 호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C 33-11플랜 직원 아저씨가 결혼 했냐고 묻길래 안 했다고 하니까 이 집 아저씨는 부인이 둘이라고 한다. 불공평한 세상. 무슬림은 진짜 네 명까지 아내를 얻을 수 있냐 물으니, 합법적으로 최대 네 명까지 되긴 하는데 여러 문제가 있어 대부분은 일부일처로 산다고 한다. 여러 문제라는 것이 가족문제가 많긴 하지만 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짧은 방문을 마친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지역이 ‘France Colony’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이 크리스챤이란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아동 후원을 하기 위해 플랜을 선택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종교의 이데올로기 위에서 아이를 후원하는 단체. 대부분이 무슬림인 이 나라에서 소수 종교인, 세계적으로 볼썽사납게 대치하고 있는 두 종교가 그것과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 종교라는 지들만의 색안경을 끼고 똘아이 짓 하는 것들을 지독히 혐오하기 때문에 예수의 액자 앞에서 둡아따를 두른 여성이 아이들과 웃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C 33-12정상적인 종교인이 더 많겠지만 어디나 항상 몇 몇 똘아이가 물을 흐리는 법이다. (라고 믿고 싶지만 과연 그럴까?)

사무실로 돌아와 맛난 점심을 먹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한 낮의 햇볕이 아주 죽음이다. 이런 날씨에 더 남쪽에 있는 사막을 가로 질러야 한다. 떠날 때가 다가오니 슬슬 두려워진다. 샤워를 하고 폐인모드로 들어가니 발바닥이 아프다. 너무 오랜만에 많이 걷고 서 있었다. 차도가 느려 말레이시아 때 여행기를 보니 그때도 완쾌될 때까지 2주가 걸렸더라. 한국에 있을 땐 어느 정도 걸을만하면 돌아다녀서 일주일 정도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통증이 없어지려면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주 주말에나 떠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