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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전날 잠이 부족해서인지 12시간이나 잤다. 하긴 빨리 일어나도 할 건 없다. 그제부터 노트북 키보드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르지도 않은 키가 제 멋대로 입력된다. 저렴하게 사려고 국내 중소기업제품을 사서 AS 맡길 데도 없다. 직접 노트북을 분해해서 키보드를 분리하고 닦아 보지만 정도가 덜 할 뿐 문제는 여전하다. 노트북 보호를 위해 큼직한 하드 케이스를 가지고 다니지만 구입한지도 1년 반이 넘었고, 사용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슬슬 문제가 나타나나 보다. 이 노트북이 고장 나면 대책이 없다. 여행이야 계속 되겠지만 블로그 활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문제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 저녁 시간이 돼서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훈자에서 만난 사뮤엘과 연락이 돼서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제일 잘 한다는 중국집에서 사뮤엘과 만난다. C 34-1중국에서 자주 먹었던 우육면 하나, 이름은 모르겠는데 결혼식 뷔폐가면 있는 묵힌 까만색 계란을 먹는다. 그리고 메인 요리로 큼직한 접시에 닭고기 요리가 나온다. C 34-2신장 지방 음식이라고 하는데 안에 들어간 널찍한 면과 파프리카만 없었다면 닭볶음탕이라고 내놔도 상관없을 맛이다. 배불리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찻집으로 가서 커피를 마신다. C 34-3

사뮤엘은  역시 자전거 여행을 하던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여자는 결혼하면 너무 가정적으로 변한다며 가족을 위해 돈만 벌며 살도록 강요하는 중국사회가 불만이라고 투덜거린다. 그래서 오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결혼 안 한 나를 부러워한다. 때로는 결혼과 사랑이 별개일수도 있겠지만 결혼 생활에 만족한다는 남자를 보기가 힘들다.(여자는 표본이 적어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그런 소리 백날 들어도 결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 절대 하지 않는다. 결혼 자체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건 본능이니까. 그게 결혼의 문젠지 결혼한 본인의 문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너도 해봐라 임마’라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C 34-4

어찌됐던 오랜만에 맛난 음식 잘 먹었다. 사실 난 사람을 많이 가려서 특별히 코드가 맞는 사람이 아니면 일부러 만나지 않는다.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 만남에 얼마만큼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다. 솔직히 사뮤엘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특히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서 그에 대한 동질감으로 나를 반기면 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자전거 여행에 대한 매력은 갖고 있지만 그냥 자전거 타는 것 자체는 여전히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루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안 만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중국인다운 대접을 해주고, 반겨준 사뮤엘이 고맙다. 언젠가 사뮤엘과 또 만날 기회가 생기면 적어도 피하진 않을 것이다. 그건 사람의 호불호와 상관없는 문제다. 어쩌면 그게 친구라는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일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