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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찍 일어나 이란 대사관으로 달린다. 빈 라덴 사건 이후 도로 경비가 좀 더 삼엄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별 다른 변화는 없다. 간단한 여권 검사 후 통과. 대사관 앞에 도착하니 여전히 문이 굳게 닫혀있다. 그리고 문 앞에 놓인 조간 신문. 아뿔싸! 오늘 금요일이지. 옴팡지게 짜증이 밀려온다. 갖은 인상을 쓰며 담배 한 대 핀다.

뭐라도 안 하면 오늘의 출타가 너무 무의미해질 것 같아 얼마 전 혹시나 해서 찾아놨던 한국식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사뮤엘과 밥을 먹었던 중국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이슬라마바드의 유일한 한국식당이라는데 간판도 없이 일반 집을 리모델링 해서 식당으로 만든 집이다. C 36-1C 36-2일반 여행객들은 이슬라마바드에 올 일이 없으니 보통은 K2를 위시한 카라콜람의 고산 등반을 위해 찾아오는 등반가들이나 현지 교민이 주요 고객인가 보다. 그래서 가격이 좀 될 거라 예상했는데, 메뉴판을 펼쳐보니 이건 너무 심하다. C 36-4C 36-5우리나라 가격보다도 비싸다. 밖에서 40루피(약 520원)하는 물을 120루피(약 1,520원)나 받으면 너무 한 거 아닌가. 그리고 한국식당에서 물을 사먹어야 하는 경우는 뭔 경우냐. 전체적으로 현지 한끼 식사와 우리나라 한끼 식사의 중간 가격이 적정가라 본다. 다시 나가기 뭐해서 제일 싼 550루피(약 7,150원) 짜리 찌개를 하나 시킨다. 밑반찬으로는 김치, 무생채, 고추 절임이 전부이고, 밥은 한 알씩 뿌려 담은 것인지 헐겁게 반공기만 채워져 있다. 꼭꼭 누르면 한 숟갈로 끝날 양이다. C 36-3그렇다고 맛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한국 식당에 가면 으레 메인 요리 나오기 전에 밑반찬 한 번 동내고 시작하는데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반찬이 남았다. 양이 모자랐지만 그 헐거운 밥 한 공기가 100루피(약 1,300원)나 해서 더 시킬 수 없었다. 투덜거리며 계산하려고 하는데 밥값은 또 따로란다. 찌개에 밥이 안 나오는 건 또 무슨 경우냐. 맛, 가격, 양 삼박자가 고루 엉망인 여행 중 최악의 한국식당이다. 투덜거리며 이틀 치 생활비인 650루피(약 8,450원)를 계산하고 나온다. 아무리 한국음식이 그리워도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식당이다. 중국집에 갔으면 훨씬 배불리 맛있게 먹었을 텐데 일진이 안 좋은 하루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백수 모드로… 통풍 회복은 너무 느리고, 노트북 키보드는 점점 엉망이다. 아~ 짜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