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좋지 않다. 설사끼가 좀 있는 듯 해서 화장실에 갔더니 물만 나온다. 건더기라고는 수박씨 밖에 없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어제 먹은 사탕수수즙. 같이 섞어준 얼음이 좀 지저분해 보였었다. 이곳에 와서 먹은 우유 때문일 수도 있다. 가리지 않고 다 먹으니 원인을 정확히 집어낼 순 없다. 몸에 힘이 없고 오늘따라 유난히 더워서 이곳에서 하루 쉬기로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 아저씨가 하루 더 있다 가라 했었다. 뭐 할 일은 없다. 그냥 누워서 쉬다가 자다가 하는 게 다다.
오늘은 정말 죽지 않을 만큼만 덥다. 몸 상태는 점점 안 좋아져 어질 어질 힘이 없고 오한 끼가 있는데 으슬으슬 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깥 기온이 너무 높아서 오한이 느껴지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점심때 까지는 설사병 증세를 못 느꼈다. 오후가 돼서야 이슬라마바드에서 걸린 설사병과 같은 수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복통은 없다. 단지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머리가 띵하다. 여행 중 병치레를 몇 번했지만 주행 중 일어난 적은 없었다. 난감하고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아저씨가 밥 먹으러 가자는데 짜빠띠 생각만해도 헛구역질이 나서 토마토나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아저씨가 사다 준 토마토와 사과를 먹고 약을 꺼내 먹는다. 통풍약을 제외하면 여행 중 약 먹은 적이 거의 없는데 파키스탄에서만 두 번째다. 궁합이 맞지 않는 나란가 보다. 아~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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