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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밤새 모래돌풍이 불었다. 피할 기력도 없고 피할 곳도 없어 등만 돌리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으니 이건 뭐 머리를 감는 건지 걸레를 빠는 건지... 아침 먹으러 가자는데 속이 여전히 안 좋다. 하루 더 머물까 하다가 여기도 그리 편한 환경은 아니라 그냥 출발한다.

언제나처럼 덥고, 며칠째 맞바람이 불고, 평소보다 힘이 없어 페달 밟기가 힘들다. 정말 덥다. 알다시피 기상 예보의 기온 측정은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한다. 그러니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동안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내리쬐는 햇볕을 고려하면 42~45도라고 말하는 기온이 내게는 최소 50도 이상의 날씨라고 봐야 한다. 오랜 휴식 후에도 최대 3일 정도면 정상괘도에 오르는데 이곳의 환경에서 정상괘도란 없는 것이다.

한 가게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C 48-1하루에 최소 물 5리터 이상을 마신다. 먹다 보면 물도 물린다. 그래서 가끔 과일 음료를 사먹는데 절대량이 워낙 많다 보니 과일 음료도 금방 물린다. 그래서 찾은 게 아이스크림인데 이것도 금방이다. 물 빼고 모든 음식이 너무 달다. 아주 죽겠다. 그 와중에 쉬는 시간마다 물똥이 작렬한다. 설사가 아니라 그냥 물이 발사된다. 다행히 물똥이 괄약근의 컨트롤 안에 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을 찾아 해결하지만 먹은 것도 없는데 뭐 이리 자주 싸대는지... 힘든 하루다.

해질녘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주유소에 들어가니 아저씨가 짜이 주면서 자고 가란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한다. 짜이를 마시는 동안은 내내 헛구역질 참느라 혼났다. 주유소 내에 샤워실이 있어 발가벗고 빨래를 하고 있는데 정전이 된다. 이곳은 전기로 물을 퍼 올린다. 빨다 만 비눗기 있는 바지를 입고 나온다. 한 시간 뒤에 들어올 거라던 전기는 두 시간이 넘어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아 씨발 졸라 짜증나. 전기는 세 시간 반 뒤에 들어온다. 이런 개 같은 환경 때문에 이곳 사람들의 친절을 일일이 기록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