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마당에서 일어난다. 아침으로 뭘 먹고 싶냐 묻길래 아무거나 상관없으니 수박도 좀 갖다 달라 부탁한다. 짜빠띠에 콩커리와 수박 한 통을 사다 줘서 같이 먹는다. 이제 속이 짜빠띠도 그렇게 역하지 않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수박 위주로 아침을 해결한다.
9시가 되니 갈 때가 됐다고 떠나자고 해서 자전거를 경찰차에 싣고 출발한다. 이제 경찰차 릴레이가 시작됐던 마을로 가서 버스를 태워 보낼 생각인가 보다. 한참을 달려 다른 차로 이동. 다시 가다 무슨 일인지 뒤로 돌아가서 첫 번째 차로 다시 갈아탄다. 그 쪽 마을에서 퀘타로 가는 길은 허가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다른 마을로 데려다 주겠다 한다. 그렇게 경찰차는 계속 남쪽으로 달린다. 몇 번이나 차를 갈아 탔는지 모르겠다. 다섯 번까지 세다 만다. 오늘도 정말 덥다. 매번 덥다 하니까 그냥 더운지 알겠지만 한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48도라고 한다. 차가 달리면서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완전 뜨거워서 진짜 미치겠다. 차를 타고 간다고 편한 것이 전혀 없다. 이곳은 그야말로 죽음의 땅이다.
하루 종일 물냉면을 비롯한 음식 생각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런 말초적인 욕구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한 여름에 찬물에 밥 말아서 엄마가 무친 오이지랑 먹으면 졸라 맛있는데... 그런 생각들. 말을 번복하기 싫지만 지금 같아선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그 개떡같은 한국식당도 감사히 가겠다.
경찰들에게 어디 가는 거냐 물어도 그들은 모른다. 그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시키라는 명령만 받은 것이다. 다음 어떤 도시에 퀘타가는 버스나 기차가 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 마을도 지나친다. 이거 아무래도 퀘타까지 릴레이를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버스 타고 갈 거라고 요구해도 안 된다고 한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렇게 열댓 번의 차를 갈아타고 350km 정도를 달려 또 다른 경찰서에 도착한다.
이곳 경찰서는 너무 열악하다. 대게 씻는 물은 지하수를 퍼 쓰는데 이곳은 옥상 물탱크를 쓰는지 더운 물이 나온다. 샤워를 해도 전혀 개운함이 없다. 저녁인데도 엄청 덥다. 내가 뭐든 불만이 많고 잘 투덜거리는 편이긴 하나 정말 이건 아니다. 내가 너무 더워하니까 한 아저씨가 씨익 웃으며 이 지역이 아시아에서 제일 더운 지역이라 한다.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그 소리 들으니까 더 못 참겠다. 오늘은 어떻게 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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