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손님이 많다. 랩탑을 들고 쇼룸으로 간다. 어제 만든 동영상을 올리려 했더니 오늘은 인터넷이 안 된다. 할 일이 없어 영화만 줄기차게 본다.
무나바르의 친구가 은행에 간다 길래 이란 돈 좀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버스비로 얼마를 빼놓아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으니 무나바르가 그냥 다 주라 한다. 남은 파키스탄 돈 5,600루피(약 72,800원)와 50달러를 준다. 잠시 후 친구가 돌아와 5십만 리알 두 장, 5만 리알 두 장, 2만 리알 열두 장을 준다. 총 1,340,000 리알이다. 이란 돈은 단위가 크다. 우리나라의 딱 열 배라 생각하면 된다. 언제나 그렇듯 돈 단위가 커지면 왠지 부자가 된 느낌이다. 근데 5십만 리알은 너무 커서 쓰기 힘들 텐데 좀 작은 단위로 바꿔다 주지...
그나저나 버스표은 어떻게 사야 할지 몰라 무나바르에게 물어보니 넌 내 형제나 다름없고 버스비는 자기가 해결해줄 테니 걱정 말라 한다. 무나바르는 정말 친절하다. 내가 그의 첫 번째 카우치서핑 게스트라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애다. 쾌활하고 장난끼 많은 성격을 가진 사람치고는 굉장히 섬세히 사람을 배려해준다. 이런 애들 참 좋다. 내가 고기를 잘 먹어서 그런지 점심도 푸짐한 닭고기 요리를 갖다 준다. 기특한 것.
쇼룸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도 역시 푸짐한 고기반찬. 내가 먹는 걸 한참 보더니 말한다.
"너 너무 고기만 먹어."
"어. 나 고기 좋아해."
"평소에 뭐 먹는데?"
"싼 거."
"짜빠띠를 먹어야 힘을 쓸 수 있어."
"짜빠띠 지겹게 먹는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지금이 내겐 고기를 양껏 먹을 흔치 않은 기회야."
"그래 많이 먹어. 근데 힘들게 자전거 타려면 짜빠띠를 많이 먹어야 돼."
"OK!"
몸 상태는 완전히 회복됐다. 다시 불볕더위 속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지만 이란부터는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밤차를 타고 이곳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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