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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출입국 사무소 문이 열린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 아저씨가 부른다. 그 아저씨가 여권을 갖고 간다. 경찰이 오면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자헤단으로 이동하라 한다. 터키 아저씨도 하나 합류한다. 외국인은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없나 보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경찰 하나가 온다. 출입국 사무소를 나가니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경찰차를 타고 이동하는 줄 알았더니 택시를 잡아야 한단다. 짜증 확! 터키 아저씨는 10만 리알, 난 자전거가 있으니 25만 리알 내란다. 한참을 버텨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20만 리알로 합의를 보고 출발한다.

여기서 잠깐. 이란은 '리알'이란 단위를 쓰지만 모두들 '토만'이란 단위를 사용한다. '토만'이란 단위가 있는 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리알'의 단위가 너무 커서 '0'을 하나 뺀 후 토만이라 부른다. '리알'의 환율이 거의 우리나라 10배이기 때문에 토만은 우리나라 '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자헤단까지는 90km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다. 두 번 경찰서에 들려 검문을 받고 자헤단 시내에 있는 경찰서에 도착한다. C 1-1이곳에선 또 바로 버스터미널로 보내려 하길래 카우치서핑으로 연락해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그와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시 경찰차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한다. C 1-2자전거 짐을 실었다 뺏다, 자전거를 분리했다 조립했다 짜증이 그만이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그곳에 있는 경찰서에 짐을 옮긴다. 친구에게 어디 있다고 전화를 해야 하는데 꼼짝도 못하게 한다. 사진도 못 찍게 하고, 옷도 긴 옷으로 갈아입으라 성화다. 경찰이 영어를 전혀 못해서 답답해죽겠다. 이란에선 영어가 거의 안 통하고 있다. 가게에 물도 사러 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뻑뻑하게 구는 통에 짜증이 장난 아니다. 그리곤 무조건 버스를 타고 여길 떠나라고만 한다.

어떻게 카우치서핑 친구가 잘 찾아와서 만난다. 친구가 하는 말이 자기도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데 파키스탄 쪽에서 넘어온 외국인은 다 이런 식으로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한단다. 당연히 자전거로 이동하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밤'이라는 다음 도시 행 버스 티켓을 끊는다. 천만다행으로 '밤'에 카우치서핑 친구에게도 연락을 해 뒀었다. 버스에 오르고 다시 출발. 뭐가 그리 위험한지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경찰이 너무 힘들게 한다.

해가 질 무렵 '밤'에 도착한다. C 1-3정류장 앞에 한 아저씨에게 전화를 빌려 카우치서핑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올 계획이어서 예정보다 일주일 이상 일찍 도착해서 좀 당황스러워한다. 휴일이어서 그 친구가 다른 곳에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 나를 맞게 해준다. 다행이다. 잠시 후 순진해 보이는 친구 둘이 온다.

그 친구를 따라서 집으로 간다. C 1-4대학생인데 카우치서핑으로 연락한 친구의 홈메이트들이다. 얘들이 영어를 잘 못하지만 순진하니 착하다. 간단하게 밥을 차려주고 사전을 들고 와 떠듬떠듬 얘기를 나눈다. C 1-5C 1-6이런 순진한 애들도 좋다.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 몰려온다. C 1-7다 영어를 못한다. 그런데도 한참을 노닥거린다. 대학 이후로 철이 안 들어서 그런지 난 대학생하고 노는 게 참 좋다.

집에 에어컨도 잘 나온다. 이곳에서 며칠 쉬다 다시 라이딩을 시작해야겠다. 너무 차만 타고 이동했다. 이란은 전체적으로 고도가 있어서 그나마, 아주 그나마 덜 덥다. 피곤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