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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올 때 연락했던 카우치서핑 친구인 알리가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 깨운다. 인사를 하고 준비한 아침을 먹는다. 말이 많은 친구다. 밥을 먹고 동네 구경을 가자 길래 따라 나선다. 한 낮이 되기 전에 나가자고 해서 일찍 나선 것이지만 해가 뜬 이상 오전이라고 괜찮은 날씨가 아니다. 매번 말하지만 어쩜 이리 더운지...

우선 인터넷 카페에 가서 다음에 갈 도시에 카우치서핑 메세지를 보낸다. 이란은 카우치서핑 멤버가 많다. 인터넷을 하고 이곳의 유명한 유적지인 아게밤(Arg-E-Bam)에 간다. C 5-1론리플레닛에 '밤'이 소개된 이유는 이 유적지 때문이다. 수천 년 된 진흙으로 건설된 도신데 8년 전 지진으로 많이 부셔져 지금은 한창 복원 공사 중이다. C 5-2여기 왔을 때 이걸 보러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이렇게 오게 됐다. 입장료는 없다.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제대로 된 모습은 불 수 없는데 유실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만 봐도 이곳을 지나는 길이라면 한번쯤 볼만한 것 같다. C 5-3짚과 진흙을 섞어서 쌓아 올린 성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건축물이 아니라 나름 흥미롭다. C 5-5그렇기에 특히나 이런 건물은 보존상태가 중요한데 너무 많은 부분이 새로 복원되고 있어서 앞으로 그 가치가 유지될까 싶은 의문이 든다. C 5-4

아게밤을 나와서 도심을 거쳐 집으로 돌아온다. C 5-7돌아오는 길에 보니 이란 여자들은 파키스탄 보다는 자유롭게 생활하는 듯 하다. 단지 검은 천 때기를 온 몸에 두르고 있는 것만 빼면 말이다. 모두 하나같이 이 더운 날 검은 차도르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검은 색이 남자를 유혹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C 5-6참... 이건 남녀 모두에게 안 좋다.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서 좋을 게 있나.

집에 돌아와서 친구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C 5-8휴일이 아니면 학교에서 점심, 저녁을 주는데 한끼에 200토만이라고 하니 거저나 다름없다. 국립대는 등록금도 없단다. 최근 뉴스를 보면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힘들어 하는 것 같던데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지식을 쌓아야 할 나이에 돈에 쪼들려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 취직하고 눈치 보며 일하는 로보트만 양산해 내는 시스템이 아니고 뭔가. 명박이 씹새끼.

낮잠 한 숨 자고 일어난다. 해질 무렵 다시 밖에 나선다. C 5-9중심가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C 5-10좀 비싸 보이는데 같이 있는 놈들이 학생들이라 사주기도, 얻어먹기도 부담스럽다. 우선 물 담배를 시킨다. 이란에선 깔리욘이라 부른다. C 5-11그리고 간단한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는다. 보아하니 여긴 밥 먹는 것보다 깔리욘을 피러 오는 곳인가 보다. 여자들끼리 와서 피우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가족은 꼬마에게까지 피우게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게 담배보다 더 해롭다는 얘기도 있던데 깜짝 놀랐다. 진짜 저개발국의 오지에선 꼬맹이 아들과 아빠가 맞담배를 피곤 하지만 이란이 그 정도는 아닌데... 이게 각각의 향이 있어서 담배처럼 나쁘게 인식되지 않는 모양이다. 어쨌건 담배와는 달라서 연기는 무지 들이마시는데 담배 피는 사람에게는 이거 백날 빨아봐야 담배 한 대 피우는 것만큼 만족감을 못 준다. 특이한 건 통속에 보통 물을 넣는데, 카푸치노 향을 필 때는 우유를 넣는다고 한다. 그걸 한번 펴보고 싶었는데 비쌀 것 같아 얘기를 못 꺼냈다.

그렇게 깔리욘을 피며 노닥거리다 집으로 돌아온다. 오는 길에 과일을 하나 산다. C 5-12멜론이라 하던데 먹어보니 참외다. 파키스탄에서는 동그란 참외가 있더니 여긴 늙은 호박만한 징그럽게 큰 참외가 있다. 신기한 게 참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