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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한국대사관에서 에싼네 집으로 전화가 왔다. 상황을 말하고 여권 재발급 여부를 물으니 대답이 좀 모호하다. 우선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 같은데 확실한 건 모르겠고 가능한 빨리 오라고 하니 가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봐야겠다.

오늘 할 일을 정리해 본다. 돈을 환전하고, 핸드폰 사고, 테헤란에 머물 곳을 알아봐야 한다. 여권이 없으니 내가 환전도, 심카드도 못산다. 에싼에게 100달러와 50유로 환전을 부탁하고, 핸드폰도 제일 싼 걸로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에싼은 차분한 성격인데 휴일이라 가게가 문을 닫아서 그런지 원래 성격이 그런지 알았다고 하고선 소식이 없다. 내가 다그칠 입장이 아니어서 영화나 보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이 돼서야 에싼이 환전한 돈과 핸드폰을 들고 온다. 제일 싼 걸로 사달랬더만 45,000토만 짜리 컬러 액정 핸드폰을 사왔다. 흑백이면 30,000토만이면 됐을 텐데... 그런 걸로 불만을 표할 순 없다. 테헤란에 카우치서핑 메세지를 보내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가자고 하니 오늘은 휴일이라서 다 문을 닫았으니 내일 오전에 가자 한다. 테헤란은 사람이 많으니 하루로도 충분할 거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가자 길래 따라 나선다. 차를 타고 어느 공원에 간다. 여기저기 잔디밭에서 연애질하는 연인, 깔리욘을 피고 있는 애들이 있다. 우리도 한 자리를 잡고 노닥거린다. 시원하니 좋다. 낮에는 우리나라 한 여름 날씨고, 저녁에는 초여름 날씨다. 유명하다는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 보다 이렇게 한가로이 산책하며 노닥거리는 게 난 훨씬 좋다. 공원엔 구걸을 하거나 조잡한 물건을 파는 애들이 눈에 띈다. 다른 곳에서도 가끔 그런 애들을 봤다. 에싼이 말하길 10년 전만해도 거지나 도둑이 없었는데 빈부의 차가 점점 커져서 거지도 많아지고 도둑도 생겼다고 한다. 호메이니가 죽은 뒤 새로 선출된 리더가 바보 같아서 정부에서 하는 일도 종교적인 문제도 맘에 안 든다고 독일 가서 살 거라고 한다. 영어로는 그냥 리더라고 했는데, 어떤 위원회에서 선출되고, 대통령을 아래에 두는 특이한 형태의 정부다. 임기는 따로 없는 것 같고, 세습되지 않는 왕과 종교적 지도자의 중간 정도 직위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게 차를 타고 두어 군데 가서 산책을 하며 노닥거리고 돌아온다. 내일 밤차를 타고 테헤란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