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인터넷 카페에 간다. 젠장 인터넷 졸라 느려. 그리고 1시부터 5시까지는 문을 닫는 단다. 얘네도 시에스타가 있는지 한낮에는 많은 상점이 문을 닫는다. 한 시간 동안 메세지 열 개밖에 보내지 못하고 돌아온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에싼 아빠가 들어온다. 그 동안 다른 가족은 보지 못했다. 이런 저런 사건이 있다 보니 와서 위로를 해주시는데 그 맘은 고맙지만 너무 말씀이 많은 잔소리쟁이 할아버지다. 한 시간 동안 충고를 듣고 있는데 아주 돌아버리겠다. 급기야는 자신의 젊은 시절 얘기에 빠져든다. 일본에서 일을 했었다면서 그 동안 했던 얘기를 다시 일본말로 풀어준다. 환장할 노릇. 한참을 고개 끄덕이며 듣는다. 인터넷 하러 가야 한다고 하곤 나온다.

테헤란엔 카우치서핑 멤버가 무지 많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 40명 정도에게만 메세지를 보내고 돌아온다. 에싼의 차에 짐을 싣는다. 저녁때 먹으라고 샌드위치를 포장해준다. 이란엔 샌드위치 파는 곳이 많다. 바게트 같은 기다란 빵을 반 갈라 속을 넣은 샌드위친데 30cm 정도돼서 한끼로 충분하다. 마치 우리나라 분식처럼 샌드위치가 대중화돼 있다.

에싼의 차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간다. 에싼이 표를 끊어주고,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출발한다. 심심하다. 도난 당한 물건 중 제일 아까운 건 아이팟이다. 여권은 새로 만들면 되고, 카메라와 캠코더는 새로 사야 하지만 아이팟은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의 물건이기에 형편상 새로 구입할 수 없다. 지루한 라이딩, 외로운 잠자리의 좋은 동무였고, 여행할 때 유용한 어플도 많았는데 아깝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가방을 낚아채간 놈의 표정이 아른거린다. 가방을 뺏어가며, 칼을 휘두르며 그 놈은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건이 없어진 것보다 그 놈의 표정에 울화가 치민다. 딱 그 놈이 생각한 데로 좋은 먹이감이 됐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다. 그 놈의 웃는 면상에 죽빵을 한 대 날려줘야 시원해질 이 답답함을 어떻게 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