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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문자 소리에 잠에서 깬다. 모함마드(알고 보니 나와 동갑내기였다)의 문자다. 자기가 바쁘니까 친구를 통해 테헤란 구경시켜줄 테니 내일이 좋을지 모레가 좋을지 알려달란다. 아무 때나 상관없다고 하니 내일로 약속을 잡는다.

일어나서 인터넷에 접속한다. 우선 친구에게 물건 배송이 가능한지 묻고, 겸사겸사 스폰서 업체에 자잘한 물건을 부탁하는 메일을 보낸다. 누나가 싸이월드에서 소원 들어주는 이벤트 있다고 참여해보라 해서 글 좀 끄적인다. 잠시 후 친구의 말이 이란 규제가 까다로워 전자제품 보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배터리 폭발 위험과 관세 문제가 복잡하단다. 혹시나 해서 대사관측에 물건 수령이 가능한지 문의한다. 불가능한 건 아닌데 대사관은 면세지역이라 직원이름으로 외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런 저런 서류절차가 복잡해 한달 반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친구가 내 일정에 맞춰 터키 출장을 잡아보겠다고 해서 그때 자기가 가지고 가는 건 어떻겠냐 묻는다. 그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 놈의 터키 출장이 이스탄불이라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아르메니아, 그루지아, 터키의 많은 부분을 기록할 수 없어 힘들다. 여행을 기록하는 일이 굉장히 귀찮은 일이긴 한데, 이게 습관이 됐는지 4일 손 놓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허전하고 심심하다. 진짜 할 일이 없으면 가끔 예전 동영상을 보곤 하는데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만큼은 아니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도 이런 식으로 삶을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그래서 가능하면 캠코더와 카메라는 이곳에서 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

6시쯤 모함마드가 온다. 잠시 후 그의 여자친구가 오고, 또 다른 친구가 와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모함마드의 여자친구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겉옷을 벗어 던지고 가는 끈만 달린 민소매티 차림이 된다. 대부분의 이란 여자들처럼 이 친구도 매우 글래머러스해서 시선이 자꾸 한 곳으로 쏠린다. 고개 쳐드느라 혼났다. 분명 우리나라 여자 같으면 타인이 신경 쓰였을 법한 복장인데 이 친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란 여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는 건 차도르를 쓰고 있는 모습이 생소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규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이기도 하다. 근데 오늘 이 친구의 모습을 보니 더욱 이해가 힘들어진다. 법조계는 어디보다도 보수적인 분야라 가장 뒤꽁무니에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간다. 차도르는 이미 이란 여성의 마음속에서 벗어 던져졌다. 오래지 않아 차도르는 박물관에 갈듯하다.

모함마드에게 테헤란에 전자상가 같은 데가 있냐고 물어보니 두어 군데 말해준다. 당연히 용산 정도는 안될 거고, 건물 하나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내일 모함마드의 친구를 만나면 이란의 전자제품 시장조사를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