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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사골국 만들기는 힘들다. 밤새 중간중간 깨서 기름 떠내고 시간 맞춰 불 끄고 물 갈고... 간간히 기름을 건져내라 해서 그렇게 하긴 했는데, 건져낼 기름이 그리 많진 않았다. 원래 이런 건지 이란산 소 뼈의 기름이 적은 건지 모르겠다. 처음 곤 첫 탕을 식혀도 기름 막이 생기지도 않고 이상하다. 그렇게 점심때까지 뼈를 고고 시식을 한다. 파를 송송 썰어 넣어야 하는데 바랄걸 바래야지... 맛은 김치보단 낫다. 진국의 느낌이 전혀 없다. 뼈의 문젠지 조리방법의 문젠지... 아마도 둘 다 문제겠지. 어쩌면 높은 고도 탓도 있을 테고... 어설픈 사골국에 흩날리는 밥을 넣고 뭔가 많이 부족한 김치로 밥을 먹는다. 뭐 그런 데로 먹을만하다.

국물을 하나 하나 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넣는다. 여섯 봉지 나왔다. 하루 한끼씩 일주일. 다 합해서 2만 토만 정도였는데, 일곱 끼에 그 정도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케이스. 맛이나 제대로 났으면 만족할만한데 결과는 전체적으로 실패. 싱크대며 냄비며 기름만 잔뜩 묻어서 괜히 일만 늘었다.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직장 동료가 29일 이란 출장이 잡힐지도 모른다고 한다. 카메라는 여기서 사려 했는데 또 다른 옵션이 생겼다. 우선 그 출장이 확정될 때까지 보류한다. 기다려야 할 것이 많다.

저녁에 모함마드가 온다. 기술자가 와서 TV에 위성 안테나를 설치한다. 나 보라고 일부러 연결한 것이다. KBS World와 Korea TV라는 채널이 잡힌다. 고맙긴 한데 스포츠 시즌이면 몰라도 TV 거의 안 보는데... "Do you need anything else?" 내가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겠다 해도 맨날 같은 질문을 한다. 다른 호스트들도 그랬다. 이런 게 '토룹'이라 말하는 이란의 정서인듯하다.

모함마드는 또 나간다. 이제 이 집에서 무조건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다시 지루한 기다림의 싸움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