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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난 막 담근 생김치를 좋아하는데, 내가 담근 김치는 쉬어지면서 조금씩 김치다워지고 있다. 이것도 한국음식이라고 그제부터 하루에 한번씩 응가를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국음식만 먹으면 변을 잘 안 보게 된다.

모함마드는 전화를 해서 또 필요한 거 없냐고 묻는다. 이제는 그 소리가 좀 웃기다. 심심하지 않냐고 친구한테 전화번호 알려줘도 되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한다. 아직은 심심하지 않다.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데 접속이 너무 느려서 시간이 아주 잘 가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친구의 친구 출장이 28일로 잡혔다고 한다. 중고 카메라와 캠코더 구입을 부탁한 친구가 제때 좋은 매물을 찾으면 28일이나 29일 난 다시 그 동안 해 오던 방식대로 여행을 재개할 수 있다. 아마 그때쯤이면 여권과 비자문제도 완료돼 있을 거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온다. 모함마드의 친구다. 원래 시간이 많은 여자친구들이 많은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에잔이란 이름의 여자친구다. 다짜고짜 뭘 도와주면 되는지 묻는다. 딱히 필요한 거 없다. 부탁할 일이 있으면 전화 주겠다고 하고 끊는다. 일 처리 다 하고 정 할 게 없으면 동네 구경이나 하게 될 테니 말동무가 있으면 좋겠지만 여자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남자친구들하고 있는 게 염치는 없어도 얻어먹기가 편하다. 상대방이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여자 친구하고 있으면 왠지 먼저 계산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걸 계산하며 만남을 조율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지만 형편상 어쩔 수 없다. 여행 중 로맨스를 꿈꾸지 않는다면 거짓일 테고, 그러려면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게 중요할 테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여행을 더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이기 때문에 당장은 절약을 해야한다. 언제 절약이 안 중요한 적이 있었냐 만은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배제하지 않을 뿐이다.

저녁에 잠깐 정전이 된다. 그러고 보니 이란에선 그 동안 정전이 없었다. 석유가 많아서 에너지 값이 저렴한지 어디서나 에어컨도 막 튼다. 헌데 그것뿐 다른 제반 시설은 약하다. 특히 인터넷은 졸라 느리다. 차단된 사이트도 중국보다 많은 것 같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현재 아랍 민주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트는 죄다 막혀있다. 접속되는 사이트 중에서도 이미지를 볼 수 없게 해놓은 사이트가 많다. 아마 신체가 노출된 이미지들이 있을 까봐 그러는 것 같다. 그래 봐야 귀찮을 뿐 다 방법이 있는데... 지금이 사람들 눈 가린다고 통제가 되는 세상인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바보 같은 정부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