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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집에서만 빈둥거리다 보니 다시 자고 일어나는 시각이 늦어지고 있다. 몸이 찌뿌둥해 쓸데없이 팔 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해본다. 산책이나 할까 하다가 낮에는 덥기도 하고 문 닫은 가게가 많아 한산해 저녁에 나가기로 한다.

종일 영화보고 뉴스를 읽다가 해질 무렵 밖을 나선다. 저녁이면 사람들이 몰려나와 거리가 혼잡하다. 좁은 길 한 구석에서 한 여자가 앞에 가방을 열어놓고 세타를 튕기고 있다. 저번에도 모함마드와 산책할 때 봤었는데 자주 이곳에서 연주를 하나보다. 세타는 이란 전통 악기로 네 줄짜리 현악기다. 세타의 뜻은 '세 줄'이란 의민데 악기가 개량돼서 지금이 네 줄이다. 인도의 시타와 같은 금속의 줄을 쓰는지 소리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힘들다. 처음 음악만 들었을 땐 시타인줄 알았다. 시타가 밀고 당기는 끈적한 연주법 위주라면 세타는 빠른 스트로크 위주로 연주를 하는 게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기가 내가 가지고 다니는 우쿨렐레보다 조금 더 클 뿐이어서 여유가 있으면 하나 사고 싶다. 한 동안 서서 연주를 듣고, 민망하지만 100토만짜리 지폐를 던져준다. 벌이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친구들에게 엽서나 또 보낼까 싶어 쇼핑 센터를 돌아보지만 관광구역이 아닌 일반 주거지라 엽서 파는 곳이 없다.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엽서를 보낸다고... 핸드폰 파는 가게가 제일 많고, 의류점도 많다. 예쁜 스카프가 눈에 많이 띈다. 모든 여자가 스카프라도 차도르 대용으로 머리에 둘러야 하니 수요가 많을 게 분명하고 그만큼 중요한 패션 아이템일거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예쁜 게 많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하나 사주고 싶다. 어디 가나 여자들 건 예쁜 게 많은데 남자들 건 다 똑같다.

호박, 양파, 감자를 사가지고 들어온다. 오늘 저녁은 부침개다. 간장이 없으니 좀 짭짜름하게 해서 내일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부친다. 오랜만에 부침개를 먹으니 막걸리가 생각난다. 파키스탄 뿐만 아니라 이란도 술이 금지다. 그래도 파키스탄에선 다른 종교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술 파는 데가 아주 간혹 있었는데 이란에선 술 파는 델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 기독교인들 깝치지 않아도 우리나란 절대 무슬림화 될 리 없다.

다 지난 재방송 축구를 본다. 축구를 보고 있으니 시원한 맥주가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