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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한 동안 커피를 못 먹었는데 이 집에서 원 없이 마시고 있다. 그때 마르지아와 카페에 갔을 때 주문하는 걸 보니 여기서는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로 구분하지 않고 프랜치, 터키 스타일로 주문한다. 프랜치 스타일이 아메리카노보다 약간 진한 일반커피고, 터키 스타일은 에스프레소만큼 진한 커피다. 잔도 딱 고만하다. 이 집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쉰에도 에스프레소라는 표시는 없고, light, strong으로 농도를 조절하게 돼있다. 당연히 차도 구비돼있는데 이란에선 차를 줄 때 좀 딱딱한 각설탕을 같이 준다. 그걸 차에 넣는 게 아니라 입에 물고 차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면서 녹여먹는다. 그래서 각설탕을 한 주먹씩 주곤 한다.

오늘도 늘어져 시간을 보낸다. 저녁때쯤 또 한 여자에게서 전화가 온다. 모함마드의 친구다. 오늘 시간 괜찮냐 해서 그렇다고 하니 집으로 오겠단다. 잠시 후 연락을 받았는지 모함마드가 먹을 걸 사가지고 온다. 내가 좋아라 하던 슈크림 빵 한 상자와 수박을 사왔다. 놓고 먹으란다. 바쁜 와중에서도 먹을 것까지 챙겨주니 감동이다.

곧 전화를 했던 친구가 동생과 조카를 데리고 온다. 수잔 세런든의 이미지를 가진 아줌마다. 조카가 예쁜데 소개팅이 아니니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간단히 통성명을 하고 얘길 나눈다. 어딜 가고 싶냐는 질문에 난감해한다. 여기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없어 솔직히 그냥 산책이나 하며 동네구경, 사람구경 하는 게 좋다라고 하면 상대방이 난감해한다. 어딜 데려가야 할지 고민인가 보다. 아무데나 상관없다고 하면 할수록 더 고민한다. 자기들끼리 상의를 하다 우선 내일 오전에 만나기로 한다.

좀더 노닥거리다 모함마드를 포함 모두 나간다. 12시가 넘은 시각이다. 테헤란은 서울만큼은 아니라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늦게까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내일은 바람 좀 쐬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