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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이 집의 유일한 흠은 세탁기가 없다는 것이다. 한번만 나갔다 와도 땀이 많이 나서 옷을 빨아줘야 하는데 그게 귀찮다. 일 없으면 집에 있는 게 좋다. 어디 둘러 볼까 싶어도 요 동네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대중 교통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우선 이 동네엔 버스 정류장이 없다. 테헤란의 주요 교통 수단은 택시다. 근데 택시에 미터기가 없다. 그냥 관례적으로 돈을 주고 받는다. 길가 아무데나 서서 지나가는 택시를 손 흔들어 잡고, 방향이 맞으면 타는 식이다. 그래서 합승은 기본이고, 택시비도 그리 비싸 보이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택시가 일정 지역만 왔다갔다해서 정확한 포인트에 내려주지 않고 그냥 근방에 떨어뜨려 줄 뿐이다. 길을 잘 모르면 택시 이용하기가 힘들다.

쉬라즈에서 만난 에싼에게 다음주에 테헤란 온다고 만나자고 전화가 왔고, 마르지에게 시간되면 보자고 메일이 왔고, 모르는 애가 내 얘기 들었다며 만나고 싶다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뭐냐 이거 갑작스럽게 여기저기서... 도난 사고로 이란 여행은 엉망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여행이 꼭 많이 싸돌아 다닌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 동안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이 모두 한번 만나고 끝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만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아마도 이들과 더 오랫동안 연락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이란 여행이 제일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주는 이런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참 좋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정말 지루한 인생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