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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함마드가 와서 일어난다. 그렇게 바쁘더니 오늘은 쉬나 보다. 그 시간을 내서 테헤란 구경시켜준다고 왔다.

모함마드의 차를 타고 나선다. 북쪽으로 향한다. 테헤란 북쪽엔 큰 산이 있다.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같은 분위기여서 휴일을 맞아 많은 등산객이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내부를 도는 버스를 타고 어느 지점까지 간다.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선 Tele Cabin이라 불린다. 6인승짜리가 계속 순환되고 있어서 오는 거 아무거나 잡아 타면된다. 점점 올라갈수록 테헤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이 뿌해서 그리 멋져 보이진 않는다. 야경으로 보면 볼만하겠다. 케이블카는 계속 올라간다. 무지하게 긴 노선이다. 한 번 갈아타고 끝 지점에 도착하니 고도가 3,000m 가까이 된다. 케이블카로만 1,000m가량을 올라왔다. 날씨도 산 아래와 딴판이어서 춥다. 군데 군데 아직까지 녹지 않는 눈이 있을 정도다. 언덕 옆에는 스키리프트가 있고, 호텔도 있다. 눈이 많지 않아서 스키장 운영은 안하고 있다. 너무 추워서 바로 내려간다. 케이블카를 갈아탔던 지점에 내려서 도시 전경을 보며 담배 한 대 피고 내려온다. 내려오니 또 덥다. 그러고 보면 케이블카는 굉장히 빠른 교통수단이다. 차로 가도 갈지자로 왔다 갔다 올라가려면 꽤 걸릴 것 같은데 몇 십분 만에 여름과 겨울을 오갔다. 계절만 맞으면 테헤란에선 차로 3시간만 북쪽으로 달리면 카스피해에서 해수욕을, 한 시간이면 스키를, 두 시간 남쪽으로 달리면 사막을 경험할 수 있다. 좋은 위치다.

밥을 먹으러 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낮에는, 특히 휴일 낮에는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 다행히 가고자 했던 유명하다는 케밥집은 하고 있다. 백 년이 넘은 레스토랑이라고 하는데 리모델링을 했는지 겉모습이나 내부나 좀 크다는 것 말고는 평범하다. 케밥 두 개를 시켜 같이 나눠먹는다. 케밥은 꼭 밥이랑 같이 먹는다. 나온 케밥 하나는 닭 가슴살을 잘라 길게 이어 구운 것과 하나씩 들고 뜯어먹기 좋게 갈빗대에 고기가 붙어있는 양고기다. 옆에서 먹는 케밥을 보니 밥 위에 닭다리가 하나 얹혀있을 뿐이다. 케밥이라는 요리는 일관성이 없다. 지금까지 먹은 케밥을 종합해보면 야채를 소금에 절여 발효해 먹는 대부분을 김치라고 부르는 것처럼, 구운 고기로 만든 요리를 케밥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백 년의 전통만큼 맛있었다. 모함마드가 속이 안 좋다며 조금만 먹어서 배터지는 줄 알았다.

다음은 79년 이란혁명이 일어나기 전 왕이 살았던 왕궁에 간다. 근데 내부 공사 중이라 입장이 안 된다. 그냥 발길을 돌린다. 모함마드에게 물어보니 이란혁명 이후부터 여자들이 차도르를 쓰는 게 법이 됐다고 한다. 왕의 부정부패로 일어난 혁명인데 종교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공화국이 된 거다. 그래서 아직까지 삼권 위에 종교지도자가 위치해 있는 게 된 거고... 그러니까 '차도르=여성불평등=이슬람'의 등식은 항상 성립되는 게 아니다. 이슬람도 나라마다 그 적용방식이 다르다. 무슬림을 하나로 다 싸잡아 보는 건 무식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잘 모르면 알려고 해야지 단순화시켜 버리면 위험한 흑백논리로 변질될 뿐이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 보수당과 단체가 북한에 대해 국민에게 선전하는 방식이다. 위험한 논리다.

모함마드와 다시 여러 책가게, 문구점을 가 보지만 엽서 파는 곳은 없다.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혼자가 됐다. 아침부터 엄지 발가락 측면에 통풍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거 원 또 이러면 어쩌라고... 아무래도 연이어 먹은 사골국이 원인인 듯 한데, 남은 한끼 분을 먹어야 할지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