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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는 시차 좀 맞춰볼까 싶어 일찍 침대에 누웠다가 잠은 안 오고 계속 뒤척이다가 쓸데없이 공상만 했다. 내 집도 아닌 곳에서 남의 침대에 누워 혼자 그러고 있다 보니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여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대여섯 차례 이런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런 생각에 울적해지곤 한다. 몽골 게르에서 한 달을 넘게 보냈을 때는 그런 기분이 안 들었던걸 보면 무언가에 의해 의지를 박탈당했을 때 드는 기분인 것 같다. 이번에 특히 우울함이 더 한 건 그 날치기 놈들 때문에 맞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어서 일 게다. 못된 놈들.

김치도 떨어지고 쌀도 떨어져서 식료품 좀 살까 싶어 나간다. 겸사겸사 동네를 둘러보는데 주택가라 볼 것도 없고 이제 익숙해져서 흥미도 떨어진다. 예전 같으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에게 손짓이라도 해줬었는데 왠지 모르게 경계를 하게 된다. 안 좋은 일을 한 번 당하면 이런 게 문제다. 그 일은 그걸로 끝내면 그만인데 계속 뇌리에 남아 사람을 괴롭히고 변화시킨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적 끔찍한 범죄의 기억 때문에 평생 그 트라우마 속에서 사는 사람도 이해가 된다.

마음도 답답하고 해서 맛난 거 먹어볼까 싶어 둘러보다 간장이 있길래 간장을 사고 닭도 한 마리도 산다. 3,500토만이라 해서 한 마리 달랬더니 무게를 재보곤 5,000토만을 달란다. 킬로당 가격을 부른다는 걸 깜박했다. 쌀과 야채도 좀 사니 10,000토만 정도가 나왔다. 세네 끼로 만 토만. 큼직한 샌드위치 먹는 게 더 저렴한 방법이지만 한국음식의 그리움을 없애주는 대가로 친다.

오랜만에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노래 만들기를 해본다. 혼자 흥얼거리고 있던 멜로디는 여러 개가 있는데 가사가 영 안 써진다. 창의력도 어떤 자극이 있어야지 이렇게 완전히 늘어져있으면 머릿속이 백지가 돼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노트를 집어 던지고 다른 노래나 좀 부르다가 만다.

이주 정도 걸릴지 모른다고 했으니 내일은 대사관에 전화를 한 번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