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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오전에 오랬는데 좀 늦게 일어났다. 서둘러 어제 갔던 이민국에 간다. 시계 보며 늦었다고 말하는 걸 봐달라고 떼써서 일이 진행된다. 우선 자기는 영어를 못하니 영어할 줄 아는 사람을 구해오란다. 미친! 30분 정도 두리번거리다 한 놈을 잡는다. 그 친구의 통역으로 대충의 경위를 또! 작성한다. 그리고 또 다른 주소를 주며 거기 가서 레터를 받아오라 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너무 헤매서 그냥 오토바이 택시를 탄다.

테헤란엔 오토바이 택시가 많다. 근처만 데려다 주는 택시와 다르게 목적지까지 가니 길을 모르는 사람에겐 더 유용하다. 5km 정도 가는데 3,000토만 달랜다. 목적한 곳에 도착해서 기다리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하니깐 같이 들어와 일을 도와준다. 이런 상황에선 거의 웃돈을 요구하는데 도대체 영어가 안 통하니 그냥 둔다. 여기서도 왔다 갔다 데여섯 번의 결제를 받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속이 터지지만 오토바이 기사 아저씨가 뭉그적거리는 직원들 비위 맞춰주며 알아서 다 해준다. 봉투에든 서류를 하나 받고 다시 이민국으로 돌아온다. 왕복 차비와 잔돈을 좀 더 얹어주니 괜찮다고 하며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어디 갈 때 연락하라는 건데 영어를 못하니 전화를 걸어 어떻게 설명하나. 그래도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

담당자 아저씨가 교체돼서 다른 아저씨가 또 같은 질문을 한다. 이곳 업무도 거의 끝나서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서류를 정리하고 마지만 처리 직원에게 넘기고 담당자 아저씨는 퇴근을 한다. 여권을 또 복사해 오래서 근처 복사 집에 간다. 한 장 복사하고 잔돈 25토만 동전을 준다. 지금껏 여행하면서 '0'이 아닌 숫자가 두 개 있는 돈은 처음 본다. 복사본을 갔다 주니 여권 뒷면에 비자 대용 도장을 찍고 마무리 된다. 계산대로 하면 아직 한 달 남았으니 한달 짜리 달라고 할 때 말도 안 된다는 듯 웃더니 15일짜리를 만들어 줬다. 젠장.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 회사 동료에게 전화가 온다. 오늘 늦게까지 일을 봐야 해서 내일도 괜찮다고 하는데 난 맘이 급하다. 늦게라도 보기로 하고 기다렸다가 10시에 집을 나선다. 주소를 잘못 알려줘서 한참을 헤매다가 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호텔을 찾는다. 그 친구를 만나 캠코더와 카메라, 아이팟을 받는다. 어디서 났는지 양주를 꺼내길래 한 잔 마시며 잠깐 얘기를 하고 돌아온다. 이로써 떠날 준비는 다 됐다.

캠코더를 부탁한 친구는 그냥 선물로 생각하라고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았고, 카메라를 부탁했던 친구 역시 그랬지만 아이팟도 그냥 보내줬으니 카메라 값은 받으라고 해서 보냈다. 그리고 외사촌 동생이 소식을 듣고 후원금을 보내줬다. 그게 거의 카메라 값이다. 그래서 난 큰 타격 없이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언젠가도 한 번 말했지만 몸은 혼자지만 혼자 하는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 어차피 혼자 사는 거지'라고 말하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과연 그럴 수나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