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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밤에 들어와서 자고 있다. 짐을 빼고 탁자 위에 기념품과 쪽지를 남기고 떠난다. 75km 정도 달리면 되지만 길이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처음엔 평지와 낮은 경사각이 이어진다. 잠시 쉬며 어제 사놓은 빵으로 요기한다. 아르메니아부터 터키까지 간간히 나타나는 샘물이 있어 좋다. 땀을 많이 흘려서 물값도 만만치 않은데 아르메니아에서 지금까지 물은 두 번밖에 안 사먹었다. 그것도 다 합치면 꽤 큰 금액일거다.

곧 가파른 경사각의 오르막이 나타난다. 해안가라 주변은 휴양지 분위기지만 암벽지형이라 길은 험하다. C 45-1더운 날씨가 더해져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C 45-2

오르막 중에 옆으로 빠지는 소로길이 나타난다. ‘츠랄르’로 가는 길이다. C 45-3방향을 꺾는다. 작고 구불구불한 급 내리막. 그리 신나진 않다. 이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하기 때문. 츠랄르는 암벽지형 사이에 펼쳐져 있는 해변이다. C 45-4츠랄르에 다다르니 많은 팬션, 호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숙소들은 많으나 길 주변은 시골 분위기다. 성수기가 지났는지 사람이 많지 않다. 난 그게 좋다.

목적지인 mylandnature 팬션에 도착한다. C 45-5카우치서핑 연락된 프나르 아줌마는 이곳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이곳은 작은 동네라 카우치서핑 멤버가 없고, 이곳에 대한 정보도 없어서 올 생각도 안 했던 곳이다. 앙카라에서 만났던 알리가 이곳을 추천해서 가봐야지 했는데, 앙카라로 연락된 프나르 아줌마가 앙카라와 츠랄르 둘 다 집이 있다고 해서 이곳에서 머물렀으면 하는 연락을 보냈고, OK 답변을 받은 거다. 정말 운이 좋았다. 좋은 곳도 머물 곳이 없으면 내겐 그림의 떡이다.

프나르 아줌마가 방갈로 하나를 내준다. C 45-6처음엔 직원들 머무르는 숙소를 말했었는데 마침 비수기라 방갈로가 많이 비어있어서 좋은 숙소를 얻었다. 이 팬션은 론리플레닛에도 소개돼 있는 꽤 비싼 숙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성수기엔 더블룸이 100달러 가량한다. 이 정도 가격의 숙소에 묶어본 적이 없어 비교는 못하겠지만, 동남아 해변가에서 4만원 내외로 구할 수 있는 방갈로 정도다. C 45-7대신 에어컨이 있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아침이 제공된다. 내가 아침까지 이용하는 건 좀 아닌 듯하지만…

어두워졌지만 해변과 동네를 살짝 둘러본다. 완전 휴양지 분위기인데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못해 허전함이 느껴진다. 이곳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밥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방갈로에 부엌이 없으니 천상 사 먹어야 하는데 메인 요리는 기본 15리라(약 9,400원)는 줘야 한다. 오래 머물고 싶은데 밥값이 관건이다. 가게에서 빵과 잼, 아이란을 사서 들어온다. 방갈로가 식당 옆이라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100달러짜리 방에 묶는 사람들이니 부담 없겠지. 나 혼자 불쌍하게 빵에 잼을 발라먹는다. 어쩔 수 없지 뭐. C 45-8

어쨌든 여기서 해변을 즐기기 위해 지금껏 참아왔다. 편집도 다 끝내놔서 작업할 것도 없다. 당분간 바다 생각 안 나게 실컷 놀다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