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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아저씨가 차를 먹으라고 깨운다. 창 밖을 보니 아직 어두운 것 같아 시계를 보니 3시 38분. 시골 사람들 일찍 일어난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못 들은 척하고 계속 잔다. 잠시 후 다시 깨워 시계를 보니 4시. 너무 한다. 그냥 쌩 까고 이불을 뒤집어 쓴다. 그리고 7시에 일어난다. 아까부터 계속 그러고 있었는지 차와 아침 거리가 준비돼 있다. 아저씨는 언능 먹으라고 차를 데워준다.

밥을 먹고 자전거를 가지러 가게에 가니 가게 주인이 안 와서 문을 못 딴다. 옆에 있는 카페라고 해야 하나 그런 데 들어간다. C 67-1터키엔 이런 데가 많다. 넓은 공간에 탁자가 놓여있고 차를 마시며 노닥거리거나 보드게임을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여자는 없다. 남자들만의 놀이턴가 보다. 나는 졸려서 엎드려 잔다. 한 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가게 주인이 온다. 자전거를 꺼내고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지만 비가 올 것 같진 않다. 출발한 지점의 고도가 700m인데 사전조사에 따르면 100m까지 내려갔다가 400m 한번 올라가고 다시 다운 후에 그 고도가 유지된다. 머물 곳이 잇는 이즈미트까지는 160km. 우선은 오늘 도착을 목표로 열심히 달린다.

낮이 되자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보인다. 이제야 기분이 좀 난다. C 67-2또 최단거리로 설정해 놓은 GPS를 따라가다 좁은 소로길에 들어선 후 가파른 오르막을 만난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이 길로 가면 계속 꼬부랑길이다. 웬만해서 돌아서지 않는데 2~3km를 오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자전거를 돌린다. 오늘 도착 못하더라도 돌아 갈란다. 산길로 가는 게 오히려 더 느리다. 소로길에 들어선 김에 과일 좀 수확하고 배를 채운다. 이제 내게 과일은 사먹는 게 아니라 따먹는 거다. C 67-3

텐트를 칠 각오는 하되 최선을 다해 쉬지도 않고 계속 달리고 달린다. 날 멈춰 세운 건 길바닥에 떨어진 0.5리라(약 320원)짜리 동전 그리고 목적지를 20km 남겨둔 지점에서 날 부른 주유소 아저씨. 150km를 달리는 동안 딱 한번 쉰 상태라 순순히 멈춘다. 아저씨는 커피와 과자를 주며 호들갑스럽게 반가워한다. C 67-4

잠시 후 해가 지고 다시 목적지로 향한다. 텐트에서 자기 싫다는 불굴의 의지로 170km를 달렸다. 도착한 이즈미트는 론리플레닛에도 제외된 그냥 산업도시다. 나 또한 잠시 쉬기 위해 멈춘 것 뿐이다.

카우치서핑 친구인 세르잔과 만난다. 방 세 개에 리빙룸이 따로 있는 큰 집에 혼자 산다. 근처 대학교 학생인데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해서 좋다. 밥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노닥거린다. 오늘의 성취감과 좋은 친구를 만나 좋다. 보통 쉬는 곳에 오면 영화 한편 보고 자는데 오늘은 피곤해서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