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비행기가 이스탄불에 착륙한다. 여행에 들떠 있는 일본사람과 중국사람이 보인다. 난 무심히 짐을 챙겨 나온다. 사파가 마중 나오기로 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전화기를 켜 보지만 불통이다. 그때 사용했던 심카드 기한이 끝났나 보다. 나온다고 했으면 분명히 나왔을 놈인데 찾을 수가 없다. 그냥 기억을 더듬으며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동네에 도착한다.

시장 통을 지나는데 여기 저기서 도네르와 피데 냄새가 난다. 침이 고인다. 사파의 집 앞에 도착해 우선 아이란을 하나 사서 마시며 담배를 한 대 핀다. 가게 아저씨가 친한 척을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마냥 문 앞에서 기다릴 수 없어 친구들이 자주 가던 빵집에 간다. 주인 아줌마에게 전화 좀 해 달라 부탁할 셈이었는데 사파가 빵을 먹고 있다. 공항에서 기다리다 안 와서 그냥 돌아왔단다. 어찌됐건 이렇게 다시 만났다.

차를 몇 잔 마시고 집으로 간다.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준비해간 선물을 주고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눈다. 잠시 후 친구들은 장을 보러 나가고 난 짐을 정리한다. 장을 보고 온 친구들은 맞은 편 건물에 있는 친구 집에서 밥을 해먹자고 해서 이동한다. 마침 오늘이 한 친구의 생일이라 술이며 음식을 잔뜩 사왔다. 요리시작.

이 친구들은 요리를 할 때 항상 우르르 몰려 같이 한다. 좁아터진 부엌에 모여 각자 알아서 일을 한다. 전체를 통솔하는 사람이 없어서 한쪽에서 감자를 깐 후 볶고 있으면 저쪽에서 또 다른 친구가 감자를 까고 다시 볶는다. 그런 상황인데도 누구도 ‘내가 이거 하잖아.’, ‘할 때 같이 해.’, ‘아까 할 때 주지.’… 뭐 그런 불평의 소릴 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도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이런 비효율적인 협동 작업을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그 와중에 계속 웃으며 수다를 떠는 걸 보면 요리가 음식을 만드는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처럼 보인다. 보기 좋다. C 1-1C 1-2

다 같이 만든 음식을 모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다. C 1-4밥을 먹고 술자리가 시작되겠지 했는데 상을 치운 후 TV를 보며 수다만 떤다. 한 시간이 지나니 피곤하다. 장거리 비행과 시차 때문에 하품이 계속 나온다. 먼저 간다고 할까 말까 하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생일 케잌이 등장한다. 12시를 기다리고 있던 거다. 늦게 와서 친구들의 계획을 몰랐던 생일 친구가 어쩔 줄 몰라 한다. 흐뭇한 모습이다.

케잌을 잘라먹고 술상이 차려진다. 터키 전통주인 45도짜리 라크와 맥주. C 1-3걔 중에는 술을 안 먹는 친구도 있고 맥주만 마시는 친구도 있어서 나를 포함 네 명이서 1L짜리 라크를 담당한다. 처음 먹을 땐 감기약 시럽 같아서 이상했는데 먹다 보니 이것도 먹을만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니 졸음이 사라지고 흥이 난다. C 1-5피로한 상태로 여행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서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술을 먹지 않았는데 오자마자 달린다. 여기 친구들은 작년 10월에 나와 술을 마신 후 처음 술을 마신다고 한다. 생일 맞은 친구도 맥주만 조금 홀짝이는 걸 보니 이 라크는 나를 위한 환영주라 해도 되겠다. 첫날부터 이런 어울림이 생기니 그 동안의 공백이 무색하게 여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단 느낌이 든다. 즐거운 파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눕는다. 밤 기온이 쌀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