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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친구들은 모두 회사에 갔다. 주방에 있는 빵을 초콜릿에 찍어먹고, 뭔가 부족해 계란을 삶아 먹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륄레부르가즈. 50km만 달리면 돼서 늦장을 부려본다.

어제의 피로가 남아있다. 엉덩이도 좀 아프다. 아프지 않은 부위로 잘 조절해서 앉은 후 페달을 밟는다. 오늘은 햇살이 따시다. 해안가를 지나 내륙으로 들어와서 인지 어제보다 기온이 높은 듯해서 외투를 벗고 달린다. 여전히 오르락 내리락 길이 이어지고 맞바람이 심하다. 잠시 쉬는 동안 다른 자전거 여행자를 만나다. 파리를 떠난 지 두 달 된 프랑스 여행자다. 한창 추울 때 여행을 시작했구나. 길에서 만나는 자전거 여행자는 거의 다 나와 반대 방향인 유럽인들이고, 어느 순간부터 나의 여행기간이 그들을 압도하게 됐다. 그래서 흥미를 갖는다. 파리에 오면 연락하라는데 쉥겐조약 때문에 프랑스는 못 갈듯하다. C 6-1

다시 남은 거리를 달린다. 힘들다. 속이 미식거리고 오바이트가 쏠린다. 4개월 간의 완벽한 늘어짐이 이 여행을 위한 생체리듬을 다 망가뜨렸다. 지금의 현상은 예행연습 차 국내여행을 할 때 이틀 차에 일어났던 몸의 반응과 비슷하다. 오늘 일정을 길게 잡았으면 고생 꽤나 했을 듯 싶다. 다행히 적당한 타이밍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연락해둔 친구 후르진을 만난다. 편한 첫인상처럼 착해 보이는 친구다. 집에 가서 짐을 풀고 다시 시내로 나가 다른 친구들과 맥주를 마신다. 몸 상태가 엉망이라 술은 생각도 안 했는데 또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 C 6-2

카우치서핑 프로필을 보면 구사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서 Expert, Intermediate, beginer를 선택하게 돼있다. 후르진은 Expert라고 했는데 말하는 걸 보니 나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쬐금 더 나은 것 같다. 이것도 나라마다 조금 다르다. 독일 애들은 내가 볼 땐 원어민가 차이가 거의 없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는 친구도 Intermediate라 하고, 터키 애들은 적당히 말만 할 수 있으면 Expert라고 한다. 겸손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른 것 같다. 어째거나 비슷한 수준이라 대화가 편하다.

이곳은 어제 머문 초를루보다도 작은 도시라 별 볼일 없어서 그냥 맥주와 수다만 떨고 집으로 돌아온다. 술기운인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해서인지 맥주를 마시는 동안 몸 상태가 나아졌다. 내일은 하루 푹 쉬고 모레 다시 달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