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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후르진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난다. 인사를 하고 25km 떨어진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하루 쉬었다고 몸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슬슬 적응이 되어가는 중이다.

목적지인 바바에스키에 도착한다. 이렇게 일찍 호스트 집에 도착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백수인 세브진이 막 잠에서 깨 부시시한 모습으로 날 맞아준다. 이곳도 작은 시골 동네다. 집에 들어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세브진은 어수선하게 나갈 준비를 한다. C 8-1산만한 친구다. 달린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아 피로가 없어서 선뜻 따라 나선다.

중심가로 가서 치킨 도네르를 먹는다. 시골이라 반값 밖에 안 한다. 출출함을 달래고 어느 고등학교에 간다. 이곳 영어 선생님이 친구라 해서 만난다.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아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학교 문 앞에 들어서서 분위기를 본 순간 또 학교 순례를 하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교무실에 가서 모든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영어 수업중인 두 학급에 들어가 질의 응답 시간을 갖는다. C 8-2역시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얼마나 시끌벅쩍 한지 너도 나도 질문을 하겠다고 손을 치켜든다.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아이들의 이런 기운 속에 있는 게 좋다. 모름지기 애들은 활기 넘쳐야 한다. C 8-3학급 탐방을 마치고, 교장 선생님까지 만난다. 수업 종료 벨이 울리자 모두가 운동장에 모여 국기 게양식을 한다. C 8-4터키는 아직 이런 걸 하는 구나.

다시 동네로 돌아와 전파상을 하는 친구를 만나다. 세브진도 그 친구도 무슨 자전거 동호회 회원인가 보다. 그리고 어느 회관 같은 델 가서 그 회관 관장 아저씨를 만난다. C 8-5왜 만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어린 친구를 만난다. 나이에 따른 수직구조가 우리나라 같지 않아서 친구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어린 친구 아이칸이 밴드를 한다고 해서 그의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허름한 창고 같은 지하실에 간다. 버려진 매트리스와 이불로 벽을 막아놓고 시끄러운 연주가 시작된다. C 8-6작은 시골 동네 학생 밴드지만 나름 괜찮다. 나도 롹음악을 좋아하는지라 서로 아는 노래를 골라 친구들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역시 노래방과는 차원이 다른 흥겨움이 있다.

신나는 음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다시 나간다. 오늘 완전 동네 순례를 하는 구나. 나를 꼭 만나고 싶다는 친구의 가게에 간다. 아주 대놓고 불법다운로드 한 영화를 대여해주는 가게다. C 8-7불법영화 친구가 페이스북 화상 채팅으로 그의 여자친구를 연결해 준다. 그의 여자 친구가 한류 광팬이었던 거다. “오빠.”, “안녕.” 몇 마디 하고는 혼자 좋아죽을라 한다. K-팝이니 드라마니 하는 건 나도 잘 몰라서 무슨 얘길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혼자 독학하고 있는 한국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 같다. “현빈 오빠 군인 갔어.”, “현빈 오빠 너무너무너무 좋아. 너무너무너무 사랑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그 와중에 불법영화 친구는 무슨 얘기하는 지도 모르고 여자 친구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상황의 아이러니. 그 곳에서 벗어나 마지막으로 낮에 만났던 영어선생님 집에 간다. 그리고 또 맥주를 마신다.

아~ 기나긴 하루가 지나갔다. C 8-8여기 며칠 더 있다간 동네 사람들과 다 인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일 터키의 마지막 도시 에디르네를 향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