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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과 같이 나간다. 어느 지점에서 미하일은 회사로 가고 난 미하일이 연결해준 친구 에이시를 만나러 약속장소에 간다. 큰 공원 가장 자리에 있는 작은 광장. 날씨가 좋아 사람이 많다. 보란 듯이 뽀뽀질을 하는 연인도 있다. C 15-1에이시가 온다. 가볍게 인사를 한다. 아는 자전거 수리점이 있다고 자전거에 문제가 있으면 가자고 해서 브레이크 패드를 갈러 간다. 앞 바퀴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아 듣기 싫은 금속 갈리는 소리가 난다. 자전거 샵까지 걸으며 주변에 있는 건물들을 설명해준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알렉산더 네브스키 성당이 보인다. C 15-2자전거를 끌고 다니면 천천히 구경하기가 힘들다. 소피아 구경은 다음에 다시 해야겠다.

자전거 샵에 도착한다. 브레이크 패드를 갈기 위해 앞 바퀴를 점검하다 다른 문제를 발견한다. 자동차든 자전거든 정비를 맡기면 귀신같이 다른 문제점을 발견해낸다. C 15-32년 가까이 무거운 짐을 싣고 험한 길을 달린 자전거다. 문제가 없을 리 없다. 다만 앞바퀴는 터키에서 뒷바퀴 교체할 때 앞바퀴도 곧 갈아야 할거라 해서 이 참에 수리를 맡긴다. 에이시가 잘 말해줘서 휠 전체가 아닌 문제가 있는 부분의 부속품만 갈게 됐다. 혼자 왔으면 짤없이 통째로 갈아야 했을 거다. 가격도 브레이크 패드 포함 45레바(약 34,100원)로 아주 저렴하게 해결됐다. 에이시가 주인 아줌마에게 뭐라 뭐라 하니까 주인 아줌마가 잠시 기다리라 한 후 사이클리스트용 셔츠를 하나 챙겨준다. 현란한 사이클용 의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아마도 수리비보다 더 비쌀 옷을 이렇게 선뜻 선물로 건네니 고맙지 않을 수 없다. C 15-4C 15-5

수리를 마치고 시장에 들려 먹거리를 산 후 에이시네 집에 간다. C 15-6얼마 전에 이사 왔다고 하더니 아직 정리정돈이 하나도 안돼있다. 엄마와 여자친구와 같이 사는 에이시는 스페인에 살다 여자친구 써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집까지 왔다. 그래서 같은 자전거 여행자인 나를 반겨주는 것이다. 에이시가 요리사라 음식을 준비하고 써니와 노닥거리며 맥주를 마신다.

샐러드와 라키아가 상에 오른다. C 15-8라키아는 작은 호리병에 따라 마시는 게 전통 방식이라 한다. C 15-9대낮부터 독한 술을 마시니 금방 취기가 오른다. 요리사라더만 풀 때기만 주고 말 건가 하던 차에 큼직한 고기 경단이 나온다. C 15-10바로 이거지. 경단을 안주 삼아 계속 술을 마신다. 이 친구들은 밥 먹는 동안에도 계속 담배를 피는 꼴초다. 에이시의 엄마도 마찬가지여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담배를 권하고 불을 켜주는 이상하게 정겨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런 상황에서 마리화나를 갖고 와 말기 시작한다. 초록빛이 있는 건조된 생 마리화나를 담배랑 섞지도 않고 바로 마는 건 처음 본다. 라키아 때문에 알딸딸한 상태에서 이걸 피면 실수를 할 것 같아 저녁에 하자 하니 한대를 잘 말아서 주머니에 넣는다.

밥을 먹고 좀 쉬고 있으니 Ramones의 공연 티켓을 사놨다고 가자 한다. Ramones? 이 아저씨들이 아직 활동을 하고 있었나? 대부분의 70년대 초기 펑크롹 밴드는 그들의 음악처럼 불꽃같이 타오르고 그만큼 빨리 사라졌다. 라몬즈는 미국 펑크롹의 대부 격인 나름 전설의 밴드다. 기가 막힌 게 하나 얻어 걸렸다.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명성에 걸맞지 않게 작은 소극장이다. C 15-11우선 밖에서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써니가 낮에 만 마리화나를 꺼낸다. 펑크롹과 마리화나라… 환상 궁합이겠군. 오프닝으로 나온 불가리아 밴드는 그냥 보내고 좀 늦게 들어간다. 마지막 불가리아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C 15-12놀라우리만치 촌스러운 음악이다. 다른 몰라도 음악만큼은 편견 없이 듣는다 생각하는데 정말 끔찍하다. 80년대에도 이런 음악은 안 먹혔으리라.

그리고 곧 라몬즈가 등장한다. 그럼 그렇지. 밴드 구성이 드러머만 진짜 멤버고 나머지는 그들이 활동할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젊은 애들이다. 그 명성에 기대 작은 소극장을 돌며 돈벌이를 하는 것 같다. 사실 그리 관심 있는 밴드가 아니라 아는 노래도 거의 없어 잘 즐기진 못하겠지만 공연장에 규모가 작아 코 앞에서 강렬한 사운드를 듣는 건 좋다. C 15-13그들의 공연방식 또한 말 그대로 펑크해서 단 한번의 인사말이나 휴식 없이 스트레이트로 30분을 줄기차게 연주하고, 10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잠시 튜닝을 한 후 또 15분 연짱 달리고, 백스테이지에 들어가 앵콜 소리에 30초도 채 안 쉬고 또 15분 스트레이트. 드러머인 원년 멤버 아저씨는 이제 나이도 지긋하신데 한 시간 동안 그렇게 빠른 비트의 음악을 쉬지도 않고 두들긴다는 게 놀라웠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체력엔 경의를 표한다.

공연이 끝나고 너무 늦어서 오늘은 에이시에 집에서 자기로 하고 따라간다. 서로 배가 구준해져서 에이시는 요리를 하고 또 라키아를 마신다. C 15-14다시 알딸딸… 정말 정신 없는 하루다.